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지난 6일 열린 한미FTA 3차 협상에서 저작권 분야가 양측 간의 이해가 팽팽히 맞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 수준을 자국의 수준으로까지 높이라는 미국 측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저작권법은 어떠한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과 관련한 쟁점 중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이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문제다. 미국의 저작권 보호기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제협약의 규정을 따르고 있었으나 지난 98년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이 통과됨에 따라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늘어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 40년간 이러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이 11번이나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2004년 미키 마우스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을 잃을 상황에 처한 월트 디즈니사가 미국 의회에 강하게 로비해서 법을 통과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위헌 소송에 휘말리는 등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정보공유연대 오병일 운영위원은 “이러한 절차가 계속 반복된다면 저작권 보호기간은 사실상 무기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호기간 만료 이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창작자의 배타적인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저작권법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은 자국 내에서조차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며 정당성을 의심받고 있는 규정을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저작권법 자체가 가진 문제 외에도 우리나라와 미국의 현행 규정이나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달라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터넷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문제시 되는 것이 ‘일시적 복제’ 문제이다.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할 때는 자동적으로 일정시간 동안 데이터를 램(RAM)에 저장하는 일시적 복제가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 상의 복제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미국은 일시적 복제까지도 저작자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미국 측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이뤄져 온 단순한 웹서핑조차 불법복제로 간주될 수 있다. 미국의 저작권법도 일시적 복제가 저작권 침해 행위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에는 일시적 복제도 불법복제의 하나로 해석돼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저작권법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시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인 ‘친고죄’ 또한 미국과의 협상 쟁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저작권 침해행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의 고소가 반드시 필요한 반면 미국은 이러한 친고죄 조항을 폐지해 저작권 침해행위 처벌에 사법기관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법 침해 행위가 인터넷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미국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다면 인터넷 상에서의 자유로운 정보 이용이 침해당하고 모든 인터넷 사용자가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될 수 있다. 한미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 지금종 대책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 상황에서 갑자기 저작권 침해를 법적인 제재나 단속 위주로 해결하려 든다면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 분명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물론 저작권법은 엄중히 지켜져야 마땅한 법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수준은 세계적으로 약속된 수준을 뛰어넘어 권리 소유자의 독점적 이익만을 보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저작권법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미국과 저작권법의 역사가 1백년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저작자의 권리와 대중의 문화 향유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FTA 체결과는 별도로 각국의 상황과 문화산업 수준에 맞는 저작권 보호 규정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