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저작권과 관련해 한미FTA 협상을 취재하면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안에 주목했다. 실로 그 귀추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의문시 되는 사안이다. 이유인 즉 우리 정부가 지적재산권 분과 중 유일하게 현행법 유지라는 입장을 공개 표명한 사안인데다 미국의 경우 여지껏 모든 FTA협상에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관철시키지 못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어 갈등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허나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보단 자국 법안에 근거해 타국 저작권법을 열이면 열 다 바꿔버린 미국 정부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미국과의 FTA를 체결한 타국이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인식하지 못했을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은폐된 협상에서 그들의 법이 곧 미국 법으로 바뀌어 나오는 것을 보면 곧 있을 4차 협상이 심히 우려된다.

하버마스는 현대사회를 ‘생활세계의 식민지화’로 규정한 바 있다. 이는 권력이나 돈과 같은 체계에 의해 비판적 태도를 상실하고 의사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 현 사회를 지적하는 것이다. 여기서 권력체계는 신자유주의와 FTA로 대변되는 강대국들의 경제논리로도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저작권 협상에서도 들어나듯이 권력체계가 매우 견고하게 조직돼 있고 철저히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주어진 환경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작권법의 통과로 문화ㆍ예술영역에 있어 대중의 접근제한과 공공성이 침해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미FTA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리고 보다 나은 대안적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거야 말로 지배체계주체의 무책임한 행동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자 수동적인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