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학부대학)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그리스의 수사학자 프로타고라스는 학생들에게 오전에는 ‘세금 인상을 해야 한다’를 오후에는 ‘세금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를 설득하라고 가르쳤다. 그리스 토론 교육은 주어진 형식에 따라 논제를 정해 두고 찬반 토론을 함으로써 현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의 논거를 모두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의사표현의 기회를 균등히 가지는 습관을 기르게 되고 또한 반대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자세를 기름으로 민주 시민 교육에 적합한 형태로 인식하였다.

스피치와 토론 교육을 하면 말만 잘하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러나 이는 고대 그리스의 일부 나쁜 궤변론자들의 행태에 기인하는 것이며 원래 스피치와 토론 교육은 그리스 공동체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며 학문으로 정립한다. 스피치와 토론 교육은 rhetor(말하는 사람)에 관한 학문인 rhetoric으로 정립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의해 학문으로 천착한다. 토론에 관한 교육은 법정 토론, 정책 토론, 가치 토론의 세 종류로 나누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핵심적으로 논의해야 할 쟁점들을 가르치며 이를 중심으로 아테네 시민들을 교육하였다. 첫째, 법정 토론의 목적은 과거 행위에 대한 진실 규명을 통해 공동체의 정의를 실천하려 하였으며, 둘째, 정책 토론은 공동체의 미래 방향에 대한 효율성을 목표로 하였으며 셋째, 가치 토론을 통해 현재 공동체의 선을 탐구하였다.

그리스의 레토릭을 받아들인 로마는 키케로에 이르러 vir bonus dicendi peritus(good man speaking well: 덕망을 갖춘 훌륭한 화자)를 로마 공교육의 목표로 삼았으며 카이사르, 키케로, 브루투스, 안토니우스 등 당시 로마의 권력자들은 100년 전 그리스를 멸망시켰어도 스피치와 토론 교육은 그리스 본토에 가서 공부하였다. 로마로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스피치와 토론은 철학, 정치학, 윤리학, 문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학문의 주요한 분야였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법(글쓰기), 논리학(논리적/비판적 사고)과 함께 3대 기본 교양 학문이었다. 현대 서구 대학 토론 교육도 그리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크게 정책 토론, 사실 토론, 가치 토론의 세 가지 형식으로 구분하며 교양 교육의 기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교육에서는 토론 교육은 물론 스피치 교육 전반적으로 소홀히 다루어 왔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남의 의사를 전달받으며 그룹과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스피치와 토론은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나 포드사의 아이아코카가 직접 제품 생산에 관여하지 않는다. 주요 업무는 사업 결정이지만 그러나 일상 업무는 참모들과의 토론이나 직원들이나 소비자들에게 스피치를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 주재하는 서구 상사원과 외교관들은 각 분야의 리더인 동시에 우리 기준으로 본다면 스피치와 토론의 전문가이다. 서구에서는 스피치와 토론의 기본 능력을 갖추지 않고 각 분야에서 리더가 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스피치와 토론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개인의 이익은 물론 국가적 사회적 손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스피치와 토론 교육에 대한 과목명을 제도화하고 일관성 있는 교육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