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재은 씨

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이제는 음식이 단순히 맛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꼭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옛 속담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유망 직종을 묻는 설문에서 줄곧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상위에 랭크되는 것을 보면 음식은 이제 맛 뿐 아니라 맛깔나게 담아내는 능력, 즉 코디와 스타일이 중시됨을 알 수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재은 씨는 CF 출연과 음식에세이 『육감유혹』 출판, 요리 토크쇼 <다이닝애비뉴> 진행 등을 통해 푸드 코디 분야를 대중적으로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요즘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그녀,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재은 씨를 만나 푸드 스타일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송민수 기자(이하:송) 우선 아직까지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박재은(이하:박) 푸드 코디네이터라고도 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한마디로 푸드에 스타일을 입히는 직업이다. 같은 상품이라도 더 맛깔나고 고급스럽게 꾸미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학창시절에는 요리사가 꿈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푸드 스타일링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한창 요리사로서 성장을 꿈꾸던 중 내가 만든 요리를 한 잡지사에서 촬영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 요리를 다른 사람이 만지고 꾸미는 것이 싫어 직접 스타일링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웃음).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갖고 있는 철학이나 가치관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요리를 만드는 것이 즐거워서 이 일을 하고 있고, 이왕 만들 바에는 예쁘게 담으려고까지 노력한다.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갖는 철학은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에게 나쁜 음식인 이유는 고칼로리라든가 기타 등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정성 없이 만들어진 음식이라 계속 섭취할 경우 아이들이 성장할 때 정서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문화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나.
손으로 만들어낸 음식의 가치는 무한하다. 심지어 한 국가의 이미지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 세계에 ‘일본’을 알릴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스시’를 비롯한 외적으로 화려한 식문화를 빼 놓을 수 없다. 같은 음식이라도 담긴 모양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니까 푸드 스타일링은 그야말로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외에도 푸드 칼럼니스트 또는 글 쓰는 요리사로도 불리는데 글을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
음식 맛을 눈으로 전달하는 것이 푸드 스타일리스트고 글로 전달하는 것이 푸드 칼럼니스트니까 어차피 그 목적은 같은 일이다. 내가 하는 일에 경계를 두고 싶지 않았다. 

얼마 전에 출판한 음식에세이 『육감유혹』이라는 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을 거치며 6년째 칼럼을 쓰고 있는데, 그 가운데 최근에 쓴 50여 편의 에피소드를 묶은 책이다. 어느 누구도 세계의 모든 요리들을 다 맛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나처럼 누군가가 대신 맛을 보고 그 맛을 자세히 써서 알려준다면 맛을 본 듯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책도 내고,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 등 부쩍 바빠진 모습이다. 힘들지 않나.
‘깡다구’가 있는 편이다.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3백인 분 출장 요리도 이틀 밤을 새서 만들어 내고, 녹화도 사흘 연속 찍는다. 한번 시작한 일은 그 일을 완수할 때까지 힘든 줄을 모르고 매진하는 성격이다. 

그래도 바쁜 일정 때문에 피로가 쌓일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 피로가 쌓이면 가끔씩 음식 칼럼 취재를 핑계로 남도를 찾는다. 일 때문에 가는 것이지만 남도에 도착하는 순간 피로가 싹 풀린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 체질은 아닌 것 같고.

얼마 전 가수 싸이가 우리 학교 축제에 와 좋은 호응을 얻었는데, 싸이의 누나라서 느끼는 단점이 있을 것 같다.
하루에 세 시간밖에 못 자면서 이뤄낸 일이 싸이의 명성에 가려 그 노력이 반감될 때가 있다. 일례로 내게 MC섭외가 들어온 것은 순전히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 PD들의 뜻일 뿐인데 매체에서 뜬금없이 ‘싸이누나, MC데뷔’라고 무책임한 타이틀을 붙여버린 경우가 있었다. 마치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다가 싸이 덕에 덜컥 프로에 올라앉게 된 꼴이 됐다. 이런 일이 있을 땐 억울하다. 

화제를 돌려 새롭게 시작한 <다이닝애비뉴> 얘기를 해보자. 이 프로에는 음식과 맛 집을 추천하는 코너가 있는데, 음식 그 자체가 갖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음식은 사람과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 하나의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식성이 잘 맞는 사람과 더 자주 만나게 돼있다. 

음식의 맛도 기분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 있을까.
밥은 뜨겁게, 냉면은 차갑게 먹는 것. 즉, 음식 본래의 온도대로 맞춰 먹기만 해도 맛이 살아난다. 그 다음은 감사하고 즐겁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 진수성찬도 독을 품고 먹으면 독이 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