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시위대책, 시위를 근절의 대상으로 봐

기자명 김하나 기자 (hopehn@skku.edu)

“시위하는 사람들을 죽창으로 찔러버려야 합니다!” 지난 10월 28일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대학로 문화 발전위원회가 주최한 ‘대학로 문화지구 집회ㆍ시위 근절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이 있었다. 대략 1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란 어깨띠를 두르고 ‘집회추방 시위근절’이라고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대학로 문화 발전위원회는 이 캠페인을 통해 집회와 시위로 인해 소음과 쓰레기가 발생하며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민들의 재산권보호와 행복추구권을 주장했다. 대학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백숙희(44)씨는 “시위나 집회가 있는 날에는 교통도 통제돼서 손님이 절반 정도로 준다”며 “집회와 시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캠페인을 보고 있던 심재환(57)씨는 “대학로에서 겪는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집회와 시위를 근절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집회와 시위는 민주사회에 필요한 의사표현의 방법”이라는 상반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집시법, 군사쿠데타 직후
집회ㆍ시위 억압 위해 제정돼

정부는 이러한 집회와 시위에서 발생하는 집회자유의 권리와 시민들의 재산권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집시법)을 내세우고 있다.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해 만든 법률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집시법과 같이 법률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는 없다. 일본은 도쿄에서 집회ㆍ집단행진 및 집단시위운동에 관한 조례가 있을 뿐이다. 이는 법률처럼 강제력이 없는 행정조례에 불과하다. 또한 ‘국회의사당 등의 주변지역 및 외국공관 등의 주변지역 정적유지에 관한 법률’에서 확성기 사용의 규제만이 이뤄지고 있으며 오히려 독일은 집회 방해 행위를 통제하는 법률로써 ‘집회 및 행진에 관한 법률’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집시법의 입법취지이다. 한국의 집시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라는 주장이 있다. 일제식민지 시절 제정된 ‘시위행렬과 집회규칙’이 1960년의 4·19로 폐지되고 ‘집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며 1962년에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 직후 집회와 시위를 억압하는 내용을 담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집시법은 △집회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주요도시 주요도로에서 집회·시위 금지 △확성기의 사용 제한 등 독소조항이 있고 형사 처분도 가능하다.

현 개정집시법 중에서 가장 개악이라 꼽히는 제12조 제2항 단서는 주요도로에서의 행진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건국대 한상희 교수(법)는 “교통소통에의 지장우려라는 이유만으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대중들이 정치적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담론을 거쳐 정치적 의사를 펼칠 수 있는 소위 공적인 광장을 제한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소음제한의 개정 법률은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금지하면서 소음주거지역과 학교의 경우 65db(야간60db), 기타 지역은 80db(야간 70db)로 절대적인 수치를 획일적인 규율로 적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개정 전의 집시법은 대형유통업체와 기업체가 악용, 특정 장소에서 다른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스스로 장기 집회를 신청하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8월까지 서울경찰청 관할 경찰서에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유통업체 등이 신고한 13만 건의 집회 중 실제로 이뤄진 집회는 0.2%에 불과했다. 이에 개정법 제6조 1항은 집회신고를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제출하도록 해 집회와 시위의 장기간의 독점을 방지하고자 하며 동시간에 동일 장소에서 집회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발생하는 집회는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정해 질서유지를 한다면 이러한 번거로운 규정 없이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 같이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를 편하게 처리하려다보니 집회와 시위를 하는데 있어서 번거로운 절차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관공동위, 소음규제ㆍ
경찰의 진압도구 강화 주장
이러한 집시법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고 평화적 시위문화를 정립시키기 위해 올해 1월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평화로운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이하: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했다. 민관공동위원회는 민ㆍ관이 각각 11명씩 총 22명으로 구성됐으며 공동위원장은 국무총리와 함세웅 신부가 공동으로 맡았다.

민관공동위원회는 집시법에서 소음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에 비해 오히려 그 규제를 엄격하게 제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민관공동위원회는 평화적 집회시위대책으로 폭력시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유도하며 △폭력전과자 집회 출입 금지 △경찰의 진압 장비 강화 △언론을 통한 정부 입장 설명 및 홍보 강화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민관공동위원회의 ‘평화적 집회시위대책’에 대해 전국 36개 인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반헌법적이며 반인권적, 반민주적이라며 민관공동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관공동위원회가 내놓은 평화적 집회시위대책은 평화적 시위문화의 정착을 위한다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고 억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제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문유성 씨는 “장소와 낮밤 상관없이 경찰이 평화적 집회ㆍ시위를 막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집회와 시위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시위대의 절박한 생존권을 주장하는 민주주적인 의사표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적 의사참여의 권리
이러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 지난달 열렸던 ‘대학로 문화지구 집회·시위 근절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이 집회와 시위를 근절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언론에 알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집회’였다. 그들은 2시간에 걸쳐 마로니에 공원에서 호소문과 결의문을 낭독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알렸으며 연신 ‘집회추방, 시위근절’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마지막으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혜화로터리를 돌아오는 행진을 했다. 집회를 근절해야한다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국 집회와 시위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 캠페인은 집회와 시위의 필요성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집회와 시위를 ‘국가권력을 비판하고 국민의 의사를 여론화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고 민주적인 의사형성을 가능케 하는 시민권적 권리이다. 진정한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위와 집회를 부정한 것에 반발하는 정당하고 처절한 호소라는 것을 인식하는 서로의 이해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