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위로 끝없이 치솟은 쪽문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교를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지었지’ 하는 생각 말이에요. 쪽문계단을 일일이 세보면 108계단이나 된다고 하니 쪽문 밑에서 위를 바라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듯 싶네요. 사실 인사캠의 경우 정문에서부터 수선관까지 펼쳐진 높은 경사는 타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나 있습니다.  심지어 수선관은 ‘수선봉’으로 불릴 정도니까요.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이 이렇게 경사진 캠퍼스를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지방에 있는 학교들은 넓고 평탄한 낮은 캠퍼스를 가지고 있죠. 물론 서울의 땅값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서울의 학교들이 꼭 경사가 높은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의아하기도 하네요.

가령 지방대에 다니는 친구들이 우리 학교에 놀러왔던 경우를 한번 떠올려 보죠. 아마 열이면 아홉이 ‘학교 참 높네, 올라가기 힘들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꼭 다음과 같은 말을 뒤따라 붙이죠. ‘그래도 네가 참 부럽다. 학교 오르면서 다리가 굵어져도 좋으니 나도 이 학교 좀 다녀보고 싶다’고 말이에요.

이에서 보듯 학교 캠퍼스의 경사 속에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 사회가 그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져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캠퍼스의 가파른 경사를 학교 그 자체가 가지는 위상과 별도로 나눠 볼 수 없다는 거죠. 서울에 위치한 경사가 높은 학교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학교, 경사 없이 평지에 있는 지방 학교는 비교적 낮은 사회적 위상을 가진 학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요. 또 높은 캠퍼스에 익숙해진 우리 또한 학교를 바라보는 위험한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도 학교의 높은 경사를 괜한 뿌듯함과 자부심으로 마냥 오르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비판하고 타파해야겠다고 생각했던 학벌 문화가 멀리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바로 요 가파른 언덕위에 있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학교가 높으니 경치 하나는 끝내줍니다. 물론 멋진 경치를 위에서 내려보는 위험한 웃음과 아래에서 올려보는 씁쓸한 웃음이 그리 유쾌하진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