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호성 기자 (crash1524@skku.edu)
‘대학로’에 있는 학교를 다니다 보면 가끔씩 난감한 상황이 일어난다. 하나는 대학로에 놀러온 친구들이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그리고 더 당혹스러울 때는 ‘학교가 대학로에 있으면 연극 많이 보겠네?’라는 말을 들을 때다. 왜냐하면 기자는 고등학생 시절 받은 적성 검사에서 ‘예술적 영역’이 0점이 나올 정도로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에 들어 온지 2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영화 외에 다른 문화생활과 마주쳐 본적이 거의 전무하다. 그래서 신입 기자 시절 학내 공연을 취재하러 갖다오라는 선배 기자의 말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어느 날 경영관 지하 3층을 지나가다 ‘S/M밴드 공연’이라는 포스터와 함께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할 것도 없는데 한 번 보러갈까’란 마음을 갖고 공연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그동안 학내 동아리 공연은 학예회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 없이 공연장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강렬한 드럼 소리가 들려왔다. 무대와 거리는 멀었지만 연주자가 드럼을 칠 때마다 땀이 튀는 것이 보일 정도로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순간 온 몸에서 전율이 일어나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공연을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S/M 밴드의 공연은 빠짐없이 보고 있다.

그 다음부터 각종 소모임과 동아리, 과에서 준비하는 행사를 취재하러 갈 때마다 긴장을 하게 된다. 수 십 번도 넘는 취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장난으로 무대에 오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한 번은 연극을 보게 됐는데 관객이 10명도 되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는데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는 배우뿐 아니라 조명을 맞추고 지시를 하는 감독 모두 긴장하고 진지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교를 걸어 다니면서 바닥을, 벽에 있는 포스터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기자와 같이 문화적 감수성이 0점인 사람도 즐거움을 느끼는데, 문화적 감수성이 더 풍부한 여러분은 그곳에서 즐거움을 넘어 반복적인 학교생활 속의 쾌락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