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인과계열05)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여전히 수능 날은 뼛속으로 냉기가 느껴질 만큼 추웠다. 중간고사를 정신없이 치루고 이제 가을을 만끽하리라 다짐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야속하게도 겨울은 가을을 어디다 숨겨둔 채 느닷없이 찾아왔다.

얼마 전 약속이 있어 우연히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게 되었다. 공원 한 가득 모여 있던 사람들이 지나가던 내 발길을 붙잡았다. 처음에는 무슨 시위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곧 솔솔 풍겨져오는 음식 냄새에 나는 시위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밥차였다. 자원봉사자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 이들과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나누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따뜻한 광경이었다. 코트를 꼭 여미고 하얀 입김을 내 뿜으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국통에서 그들의 입김보다 더 따스히 피어오르는 하얀 김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공기만큼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순간 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분명 그들보다 더 따뜻한 옷을 입고 있고, 내게는 날 반겨주는 이들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내가 더 춥고 초라하게 느껴진 것은 왜일까? 아마도 부끄러움 때문이었으리라. 대학생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살고 있는 나는 얼마나 따스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과제다, 조모임이다, 시험이다 이리저리 바쁜 핑계를 대며 나는 누군가와 무엇을 나누는 따뜻한 마음 같은, 정작 소중한 것들은 뒤로 밀며 살고 있었다.

대학시절은 가장 활기 넘치는 시기이며 누군가와 무엇을 나누기에 마음이 가장 풍요로운 시기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사회는 경쟁을 부추기고 있으며 대학생들은 각종 자격증과 학점 따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서로가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대학의 현실에 무언가를 나누는 따뜻함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대학생들도 봉사활동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저 형식적인 봉사만을 할 뿐이다. 기업에서 원하기 때문에, 웬만큼 인정하는 봉사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면 하려 들지 않는다. 취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봉사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며 기업에 속한 봉사활동 기관은 들어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단다. 그야말로 따뜻한 마음씨까지도 취업이라는 이름으로 형식적인 베풂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려하고 있는가,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 자체를 지니고 있기는 한 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밥 나누는 풍경 위로 잃어버렸던 가을이, 그 붉은 단풍이 곱게 무르익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