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영준 대학부장 (g1014@skku.edu)

진보, 미래, 희망이라는 기조를 갖는 신문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가끔씩 진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진보가 뭐지, 우리가 쓰는 기사는 진보적인가? 나는 진보적 지식인인가?’ 5학기 째 신문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물음에 대해 답을 내놓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후배들이 가끔 “선배 진보가 뭐에요?”라고 물을 때면 항상 같은 대답을 내뱉는다. “진보? 진보는 상식이지” 이 상식이라는 두 글자는 매우 쉬운 단어지만 상식을 행동의 기조로 삼고 흔들림 없는 몸가짐을 갖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식은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이다. 가령 병뚜껑은 병따개로 따야한다는 지식은 상식이다. (가끔 병뚜껑을 숟가락이나 라이터로 따는 방법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예외로 한다) 또 쌀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이처럼 상식은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쌀이 항상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쓰이지는 않는 것처럼 이 세상은 상식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다. 이처럼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진보적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비관해 좌절하기도 하고, 스스로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혼란을 겪기도 한다.

최근 북핵이라는 이슈가 등장하면서 몇몇 진보 지식인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전파하고 전쟁의 불씨를 쥐고 있는 미국이 나쁘다는 상식과 전쟁의 상징물인 핵은 나쁜 것이라는 두 상식의 충돌에 대한 결과다. 한 상식의 편을 들자니 다른 상식을 어기는 것 같고, 또 다른 상식의 편을 들자니 남은 상식을 어기는 것 같아 심기가 불편한가보다.최근 호암관에서 인문관가는 계단 길목에 붙어있는 대자보를 봤다. 모 학생회에서 내놓은 북핵관련 성명 대자보였다. 내용의 요는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압박에 의한 것이었으며 북한의 핵은 전쟁 억제용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들이 하는 말은 모두 다 틀리지만은 않은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친북노선이 아닌 진보를 그 기조로 하고 있다면 이에 앞서 북핵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놓았어야 했다. 또 북핵이 전쟁 억제용이라는 말은 해서는 안 됐다. 진보라는 상식에 기초해봤을 때 핵무기는 전쟁을 위한 물건이지 전쟁을 억제하는 물건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이 사회에서 지식인 노릇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어쩌면 확실한 노선을 정하지 않은 채 이것도 비판하고 저것도 비판하는 내가 너무 쉬운 길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 가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따라서 나는 북핵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