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 장묘문화」논문내며 본교 사학과 졸업하는 박태호(51) 씨

기자명 이혜진 기자 (ophelia@skku.edu)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죠. 대학원 과정을 통해서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 일을 본격적으로 할 겁니다.”

서울시 소속 50대 공무원이자 「한국 고대 장묘문화」라는 독보적인 학사 졸업논문을 내며 본교 사학과를 조기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박태호(51)씨.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수요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시설운영팀장(행정직 6급)으로 일하고 있는 박씨를 만났다. 앞으로 동양사를 전공하게 될 박씨는 특히 일본의 장묘문화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단다. 장묘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지난 6월 ‘서울 장묘시설 100년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묘지, 화장장 등의 과거역사기록들을 접했는데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미비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구체적인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죠.” 이것이 바로 그가 늦은 나이에 대학입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동시에 하면서 힘든 일은 없었을까. “사실 두 가지를 병행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몰라요.” 그런 그에게도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시험 스트레스요. 공부하는 것 자체로는 즐겁기도 했고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지만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받게 되더라고요. 특히 저의 경우는 나이도 있는만큼 사람이름, 지명 같은 소소한 것을 암기하기 힘들었어요.” 시험기간에는 직장에 일일휴가까지 내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곤 했다는 박씨.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학업이 하루하루 성취되어간다는 사실에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 박씨는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양 장묘문화의 변천사를 정리, 관련 책을 서너권 정도 더 내고 싶다고 한다.
박씨는 후배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우리학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상대평가제도인 우리학교에서 저 같은 만학도에게 A학점을 내줬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에요. 젊은이의 생생한 머리를 가지고도 저 같은 사람에게 좋은 학점을 내준다는 것은 학생들이 노력을 안했다고 밖에 볼 수 없어요.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기본적인 교양을 갖추면서 어렵고 험난한 길도 개척해 보는 당당한 성균인이 돼보자고 권하는 박씨. 인터뷰를 마무리할 무렵 ‘skku’가 새겨진 티셔츠를 자랑스레 보여주며 학교자랑을 늘어놓는 박씨를 보면서 그의 진정한 모교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