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박준

기자명 손동한 기자 (sohndh@skku.edu)

일상을 탈출해 자신에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배낭여행. 그러나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극히 적다. ‘아직 영어 실력이 부족하니까’, ‘아직 돈, 시간이 없으니까’라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외국으로 떠나는 장기 배낭여행은 돈 많은 사람들만 즐기는 특권이자 사치로만 치부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핑계가 여행을 가로막고 있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핑계 속에 ‘낯선 곳에서의 혼자’ 또는 ‘다녀와서의 적응’이라는 두려움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On the Road-카오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장기여행자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떠나라! 두려움은 그 처음이 힘들 뿐이다’고.

추억, 행복, 의미를 찾는 사람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배낭여행을 대학생 또는 젊은 사람만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러나 이 책 속의 주인공인 50대 부부 김선우, 서명희 씨는 그들만의 추억을 찾는 방법으로 배낭여행을 선택했다. 논산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다 그만두고 떠나온 그들 역시 처음에는 편안한 패키지여행을 다녔었다. 그러나 그런 여행은 아무런 기억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하면서 걸었던 골목길 △먹었던 음식 △거리의 풍경 등 여행의 소중한 일상을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배낭여행을 하면서는 이런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맛볼 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면서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 이외에도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닌 것 같아 떠났다는 독일인 안야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17살의 이산하 △세계를 누비는 자유를 만끽하며 좀 더 나은 인생을 살고파 떠났다는 이스라엘 출신의 캐렌 등은 일상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난 것이 아닌 일상으로 되돌아가 더 잘살기 위해 떠났다. 이에 글쓴이 박준은 “집 평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만큼 행복을 느끼는 마음의 평수에도 가끔은 관심을 줘야 하지 않을까?”라며 일상에 치여 사는 우리에게 되물어본다.
 
길 위에서, 그들이 찾은 것들
어떤 사람은 한 달에 10개국을 여행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2년 동안 단 4개국을 여행하기도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윤지현이다. 여자 혼자 네팔에서 산이 좋아 5개월을 머무르고, 태국의 작은 도시에서는 6개월을 살았다. 그녀도 처음에는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한 달에 많은 나라에 눈도장 찍고 왔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었다. 천천히 느긋하게 다니면서 그녀는 일상에서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친구들을 얻었다.

여행하면서 갈등하는 수많은 순간에서도 그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자신이 선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즐겁다는 그녀. 관습에서 벗어나 소중한 자유를 얻었다는 그녀. 그녀는 또한 “혼자 여행을 시작했다고 끝까지 혼자인 것은 아니거든요”라고 말하며 여행의 또다른 매력을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20명, 이들은 모두 영어에 매우 능통하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떠나온 여행이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영어에 능통하든 그렇지 않든 여권, 조금의 돈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떠났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아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