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과 대학로, 지하철역에서 만난 거리예술가들

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겨울이 오려는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사람들은 집 밖을 나서기가 무섭게 옷깃을 여미고 한 손에는 손난로를 꼭 쥔다. 허나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 보이는 건, 혹 추위만큼이나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과 도심 속에서 느껴지는 삭막한 기운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다행히도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연주와 공연으로 삭막한 도심의 숨통을 틔어주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거리예술가들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거리예술문화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는 이들을 함께 만나러 가보자.

거리예술가들 청계천에 모이다
가장 먼저 도심 속 한 줄기 물살이 시원스레 흐르는 곳, 청계천에 가면 매일 다른 예술가들이 펼치는 석고마임 퍼포먼스와 클래식 연주, 스트리트 댄스 등 다양하면서도 우리의 정서에 맞는 여러 형태의 공연예술을 볼 수 있다. 워낙 공연이 다양하다보니 한 주에 두세 번 이상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며 해외 관람객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청계천에서 공연예술을 하는 거리예술가들은 서울시에서 최초로 시행되는 거리예술문화 지원 프로그램 ‘청계천아티스트’ 오디션에 뽑힌 사람들로 현재 청계천 광장과 22개 문화의 다리 밑에서 장소와 시간을 배정받아 거리예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공연은 거리예술문화가 갖는 장점, 즉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고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사실 청계천 거리의 경우 그 폭이 넓지 않아 예술가와 관객이 뒤섞이고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연출된다. 또 석고마임이나 키다리 퍼포먼스와 같은 거리예술은 한 곳에만 정착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 성격에 따라 청계천 거리를 이동하며 공연이 진행된다.

공연은 주로 오후 4시쯤에 진행되며 이번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통기타 가수 ‘거리의 시인’들이 공연을 펼친다. 또 주말에는 ‘팬플룻 앙상블 TWO윤’과 ‘국악 예술단’의 무대가 예정돼 있다.

대학로 명물 ‘윤효상’
그밖에 대학로에서도 거리예술가 윤효상 씨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18년 동안 노래를 하고 있는 베테랑 거리예술가로 입담까지 뛰어나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윤효상 씨의 공연을 보러 마로니에 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김건 군은 “그는 노래를 하면서도 구경하는 사람에게 박수치지 말라거나 윽박을 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기분 나쁘기 보단 즐겁고 유쾌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윤효상 씨는 대학로를 찾는 이들의 기분을 한층 띄워주는 거리예술가이자 삭막한 도심 속에서 웃음과 행복을 잃지 않게끔 해주는 휴머니스트다. 단, 정해진 날 없이 그날의 기분에 따라 거리에 나온다하니 공연을 보려면 때를 잘 맞춰야 한다.

지하철역 무대 위에 선 예술가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지하철내 공연장에서도 거리예술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1호선 동대문역이 가장 대표적인 장소다. 지하철역 내 거리공연은 주로 해외 초청 팀들의 민속음악연주가 주를 이루는데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남미 민속음악공연가 아파치와 안데스음악 공연팀 등이 있다. 또 지난 2일에는 ‘지하철 예술축제’가 개최돼 플라멩코와 삼바, 탱고 등 유러피언 댄스와 러시아 퓨전 재즈 공연이 해외 거리예술가들에 의해 선보여지기도 했다. 지하철 거리예술가들은 비좁은 지하철을 오가며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따뜻한 공연으로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