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민수 기자 (smssmsm@skku.edu)

요즘 인사동에 가면 유독 눈에 띄는 곳이 하나 있다. 20세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쌈지길이 바로 그곳. 건물 외벽이 쇠파이프와 형형색색의 천막으로 둘러져 있어 얼핏 보면 공사 중인 건물로 오해할 법도 하지만 일상 속 모든 사물이 곧 예술이 된다는 워홀의 말을 곰곰이 떠올려 보면 역시 워홀 전시답구나 싶다.

전통적인 권위 예술에 반기를 들고 일상의 모습을 전복 또는 아이콘화 한 워홀. 그의 작품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는 부푼 기대와 설렘을 안고 이전보다 더 대중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 쌈지길을 찾았다.

쌈지길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워홀의 꽃그림이 프린트된 수백 개의 우산들이 쌈지길 중앙을 수놓고 있다. 작은 전구와 함께 높이 매달린 우산은 금방이라도 하늘 위로 둥둥 떠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단순히 우산만으로도 이렇게 멋진 장관을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랍다.

이곳의 작품 전시는 여느 전시장처럼 한 장소를 정해 작품을 모아놓고 쭉 둘러보는 형식이 아니다. 10평 남짓한 지하 1층 전시공간을 제외하고는 3층에 걸친 상가와 내부의 큰 마당, 계단을 포함한 건물 전체가 워홀의 이미지로 뒤덮여 있다. 전통 공예품을 파는 가게 유리에 앤디 워홀이 차용한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가 여러 장 붙어 있는가하면 고기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쟁반 여러 개를 돌아가는 모빌로 엮어 계단 위에 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전시는 대중이 관심을 갖는 대상이나 일상적인 소재의 변신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장에는 워홀의 작품 외에도 국내 작가들의 팝아트 작품이 함께 전시돼있다. 쌈지길 곳곳에 숨겨진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들의 손을 거친 것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미지를 이용해 만든 슬롯머신이나 계단 꼭대기에 매달린 인간의 하체 조형물 등이 눈에 띈다.

사실 워홀의 작품이건 국내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이건 간에 각각의 팝아트를 보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물론 팝아트 자체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현대 대중상품의 이미지를 작품에 빗대어 비판성을 띄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때로는 팝 아티스트조차 작품이 꼭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눈을 돌려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예술의 소재로 삼은 팝아트의 또 다른 측면에 주목해보면 높아만 보였던 예술의 벽이 바로 쌈지길 곳곳에서 하나 둘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간:~07년 1월 25일
△장소:인사동 쌈지길
△입장료: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