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김도우 씨

기자명 조원국 기자 (ok224@skku.edu)

우리나라 최초의 드라마 전문 시상식인 2006 제1회 서울드라마어워즈가 열렸고, 케이블 TV 방송사는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하기 시작했으며 드라마 전문 잡지와 웹진이 창간했다. 2006년은 가히 ‘드라마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가 뜨겁게 부상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는 단연 김도우 작가이다. 2005년 MBC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이하:<김삼순>)을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42회 백상예술대상 방송부문 극본상을 수상하고 최근에는 <여우야 뭐하니>(이하:<여우야>)를 통해 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 김 작가. <여우야>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 작가의 이야기를 이메일을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원국 기자 (이하:조) 톱스타 고현정의 출연과 직접적인 성 묘사로 주목받았던 <여우야>가 드디어 끝이 났다.
도우 작가 (이하:김) 홀가분하면서도 전작들과는 달리 미련이 남는 느낌이다. 능력이 부족해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이 대본을 120% 살린 것 같아서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삼순이를 연기했던 김선아 씨도 그렇고 고현정 씨는 고병희에 딱 어울리는,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한다. <김삼순> 때도 김선아와 현빈 등 배우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는데, 갈수록 배우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여우야>에 드러난 성 담론은 선정성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런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기존의 멜로드라마가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온갖 사랑 얘기를 다루는데 유독 성에 있어서만큼은 비정상적으로 주인공들의 순결을 강조한 경우가 많았다. 인물들에게 지나친 순결과 윤리를 요구하는 모습이 우리 드라마가 너무 뻔하게 흘러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여우야>와 <김삼순>에서는 평범한 30대 여자가 살아가는 삶에 담긴 사랑과 성을 솔직하게 그리려고 했다. 육체는 없고 정신만 존재하는 신기루 같은 사랑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여우야>는 성 표현 수위가 높아서 <김삼순>만큼 시청자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고 <김삼순>의 성공으로 인한 흥행부담도 있었지만 한번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시청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으나 <김삼순>만큼이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순이와 병희 모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30대 여성이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미혼여성이라고 해도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사는 우아한 싱글이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노처녀 같은 느낌이고. 딱히 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다기보다는 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래 일상적인 캐릭터를 좋아하고 잘 표현한다. 또한 이처럼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의 입을 통해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는 대사들을 많이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진정성, 리얼리티, 관습성 피하기 등 작가로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이러한 모습들을 시청자들이 좋아해준 것 같다.

 계약연애(<김삼순>)와 하룻밤 실수(<여우야>)라는 진부한 소재에서 탄탄한 스토리를 풀어내는 구성능력도 돋보였다.
 그게 다 작가의 원칙과 시청자의 시선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들이다.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참 어려운 것 같다. <김삼순>과 <여우야> 모두 결국 30대 미혼 여성의 판타지인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인정한다. 내 작품의 한계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대리만족으로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일상에서 얻은 피로를 회복시켜주고 싶었다. 주인공들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지 않고 여운을 남겨두는 이른바 ‘열린 결말’이라는 것도 현실성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다.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같은 마무리나 ‘사랑하기에 보낸다’는 애정극 특유의 내숭도 피하고 싶었고.

 이러한 공통점 외에 <김삼순>은 원작이 있는 각색물이고 <여우야>는 직접 쓴 극본이라는 차이점도 있는데.
 <김삼순>은 원작이 워낙 좋은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다가 삼순이라는 캐릭터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더라. 그래서 좋은 점들은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되 드라마적인 문법에 맞도록 사실성과 참신성에 염두를 두고 각색했다. 그 결과 일상성이 부여돼 원작과도 다르게 새로운 느낌이 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면에 <여우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고. 각색물과 창작물 모두 장,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 작품을 쓰면서 당신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김삼순>의 성공으로 팬 카페도 생기고 난생 처음 집으로 온 꽃 배달도 받아 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기뻤던 것은 ‘내게 삶의 희망을 줬다’는 평범한 30대 초반 여성이 남긴 시청 소감이었다. 이처럼 내가 쓴 작품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반응을 보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이러한 공감의 힘이 드라마가 지닌 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6년, 한국 드라마는 약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작가로서 어떠한 생각이 드는지.
 한류열풍으로 인한 찬사와 환호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업 작가로 뛰고 있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좋은 작가와 연출자, 배우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의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