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윤(법)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항주를 다녀왔다. 이번 방문은 제 7차 동아시아 행정법학회에서 한국 측 대표로 발제하기 위한 방문이었는데, 예기치 않았던 낭만과 충격이 한꺼번에 쏟아진 매우 진한 여행이었다. 우선 필자는 오랫 동안 중국과 동남아 여행을 꺼려왔었는데 파리 유학생활 동안 식생활 관계로 차이나 타운을 자주 다니다 접하던 묘한 냄새가 부담스러웠었다. 4년 전 동아시아 행정법학회 관계로 타이뻬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필자를 제일 먼저 맞아준 것도 역시 묘한 냄새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름다운 서호가 있고, 왕희지가 있었고, 역대 중국 황후들을 대거 배출한 서씨 집안을 대표로 한 미인들도 많다니 냄새만 뺀다면 괜찮을 것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인천공항을 떠났다.

항주가 점차 가까워지며 생각하기를 항주는 우리나라의 호반의 도시 춘천과 비슷한 도시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가 항주공항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나를 제일 먼저 맞아준 것은 미니어쳐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 같은 착각이었다. 인천공항을 빼닮은 항주공항은 냄새도 없이 깨끗하고 현대적이면서도 아담하였다. 공항을 빠져나와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으니 쭉 뻗은 고속도로 옆으로 거대한 주택단지들이 전개되는데 중국식 건축양식을 가미한 독일식의 단독주택형 빌라들이 끝도 없이 전개된다. 한참 후 도심에 진입하는데 이건 일본의 어느 대도시에 온 듯 한 착각이 든다. 그래서 안내원에게 항주 시 인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650만이란다. 아차! 이거 내가 0하나는 축소하여 생각하였구나!

호텔에 짐을 풀고, 서호 가에 나가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였다. 역시 듣던 대로 종업원부터 무척 미인들인데 항주의 음식이 자극성이 없고 부드럽고 담백하여 그렇단다. 그런데 서호 가를 둘러보니 고급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불빛 찬란하게 밝혀 놓고 포도주 반주 하여 여유롭게 식사 하고 있다. 이건 제네바의 레만 호 주변 보다 더 낫지 않은가! 물어 보았더니 중국에서 토지는 국가소유이므로 필요하면 별보상비도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여유롭게 개발할 수 있고, 항주시가 수도인 절강성의 국민소득은 2만불 쯤 된단다.

호텔에 돌아오며 자세히 보니 웬만한 건널목엔 신호등이 없다. 온통 차와 사람이 눈치껏 운행하고 있다. 그래서 또 물어 보았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한국 보다는 훨씬 적단다. 반신반의 하며 돌아와 자고, 다음날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세미나장에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보니 출입구에 안전출구(安全出口)라고 씌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구나! 이 사람들은 안전출구라고 하는데 왜 우리는 비상구(非常口)라 하지? 지진에 시달리던 일본인들이 비상구라 하였나? 세미나가 끝나고 관광을 하루 하였다. 영은사와 대우능의 거대함, 신흥도시 소흥의 도시계획과 규모, 왕희지의 영화의 흔적을 보고 스스로 좀 왜소해짐을 느끼고  있는 차에 마지막 코스였던 노신의 생가의 규모와 화려함은 꼭 파리의 빅토르위고의 집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은 중국에 흡수되고 말 것인가?’하는 화두를 들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