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코』, 크누트 슈미트-닐센

기자명 강수련 기자 (imsorry86@skku.edu)

『낙타의 코』 겉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한다면, 왠지 낙타에 대한 이야기들로만 가득할 것 같은 책이다. 제목도 낙타의 코겠다, 표지그림도 낙타겠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단순한 책이 아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낙타의 코』를 제대로 소개하자면 이 책은 동물생리학 분야의 전설적인 학자인 크누트 슈미트 닐센의 저서로 그의 삶과 연구업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낙타의 코는 그의 많은 연구 업적 중 하나를 나타낸다. 자칫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그의 동물생리학 연구내용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가족의 죽음 등 누구나 겪는 인생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바로 이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크누트 슈미트 닐센, 그는 몇몇 유명한 과학자들이 그랬듯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낙제점을 받는 것과 상관없이 그는 주변 환경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어릴 적부터 주변에 있는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길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그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한 것은 동물이 환경의 도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그는 이 해답을 찾기 위해 사막과 극지방같이 혹독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지구 생태계 곳곳을 직접 찾아가 연구를 수행한다.

바로 여기서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그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여행일정을 따라가며 그가 호기심을 풀어내는 과정을 찬찬히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한 예로, 그는 젊은 시절 동료가 쓴 삼투조절에 대한 책을 보고 마실 민물도 없는 바다에서 새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다. 이를 밝히기 위해 그는 노르웨이 북부의 작은 섬에서 여름 내내 바다오리와 갈매기 등 바닷새를 연구한다. 그러나 새들의 내장 속 염분농도는 하나같이 낮았고, 오줌과 혈액 속에서도 새들이 바닷물을 먹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그의 호기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로부터 20년이 흐른 뒤, 사막 동물의 생리에 집중해왔던 그는 다시 한 번 바닷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연구 중 그는 우연히 새가 머리를 재빨리 움직이면서 부리 끝에 고인 물방울을 털어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그 오래된 호기심을 풀어줄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새들이 털어낸 물방울은 바로 염화물의 농도가 진한 침전물이었다. 이를 통해 새들은 바닷물을 마시면서 염분의 초과분을 머릿속의 샘(염류샘)으로 제거하고 순수한 수분만을 흡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생리학자들뿐만 아니라 대중언론 사이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이밖에도 책을 읽다보면 당신은 낙타가 어떻게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사막에서 버틸 수 있는지, 황제펭귄은 어떻게 100일 이상 굶으며 얼어붙은 바다위에 서있을 수 있는지 등의 여러 가지 의문을 개운하게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말한다. 동물생리학 분야에서 자신이 거둔 성공은 기본적으로 운과 자라온 환경, 그리고 단순한 마음가짐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자신의 적성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가 풀어놓는 동물생리학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를 조심스럽게 권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