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혜인 기자 (kirufif@skku.edu)
선거철이다. 물론 처음엔 기사를 위해서였지만 정책자료집을 꼼꼼히 읽고, 합동유세를 보고, 정책공청회에 참여하면서 점점 선거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다. 지난 해에는 무심코 지나가거나 리플렛만 힐끔 보고 말았던 것들을 지금은 ‘아, 이런걸 하면 더 좋아지겠구나’라든가 ‘이런건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라며 다음 해 나의 성균관 생활을 짐작해 본다. 한 번이라도 자료집이나 리플렛을 주의깊게 살펴 본 학우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해 봤음직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만 했겠는가. 학우여러분은 어떤가. 나는 ‘정치판을 빼다 박았구먼’하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 성균관대학교도 하나의 소(小) 사회인지라 선거라는 특수 시기가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웃으며 넘긴다.

씁쓸하다.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이라고들 부르더라. 그리고 이 나라에서 민주화를 일궈 낸 성지라고도 하더라. 나는 대학이 진정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던 시기나 선배들이 민주화를 이뤄내던 시대에 살아보지 않았으므로 이 말에 동의를 못하겠다. 아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학교가 학문의 상아탑, 자유의 성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공부를 한다 해서 학문의 상아탑이 되는 건 아니고 내 맘대로 뭐든 할 수 있다 해서 자유의 성지는 아니다.

선거 유세 기간 중, ‘오해’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우리 사이에 불신이 공공연히 불거져 나온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쉬쉬하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공약은 보지도 않은 채 투표하는 나의 친구들.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잘 하진 못하지만 프로보다 뜨겁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젊은 아마추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심코 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작은 행동 하나에 움찔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아마추어를 슬프게 하지 말자. 그것이 곧 우리 스스로 슬퍼지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