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작 - 박인경(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5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텃밭을 일구고 무씨 몇알을 얻었다
어둠이 동글동글 단단하게도 뭉쳐있다
숨을 죽이고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둠 속에 태아처럼 옹크린 떡잎
오물오물 작은 턱을 움직여 나를 부른다
떡잎은 어둠이 갑갑한 모양이다
어서 빛 속으로 기어나와
무성한 잎을 하늘 가득 피워내고
허리 아래 튼튼한 다리를 갖고싶은 모양이다
 
어둠을 벗어난다는 것은
다시는 살아서 그 속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

어머니의 자궁 속 따뜻한 어둠이 그리워
이리 골몰히 무씨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갸우뚱 고개를 기울여 내다보고 있다
 
허나 한번쯤은
살아봐도 좋을 세상인지 모르지
손가락 한마디 만큼의 깊이로 땅을 파고
무씨의 까만 소원을 묻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