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심사평 - 김원중 교수(영문)
시 심사평 - 김원중 교수(영문)
  • 성대신문
  • 승인 2006.12.05 00:00
  • 호수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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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기근이라고 불리는 시대에 60여 편의 시가 응모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놀라움이었다. 가상현실과 복제의 시대에 삶의 깊은 진실에 대한 갈증, 그리고 언어를 초월하는 또 다른 언어에의 갈망 같은 것이 시를 쓰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들이 아직 개인적인 차원의 감정을 나열하는 데 그쳐 보편성을 획득할 만큼 시적으로 형상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시는 감정의 토로가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는 T. S. 엘리엇의 말을 상기해 보는 것이 앞으로 보다 나은 시를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우수상으로 선정한 「무씨」는 시적 성취도와 완결성에 있어 여타의 작품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좋은 작품이다. 이 시는 무엇보다도 작고 사소한 것에서 우주를 보는 시적 통찰력과 시적 은유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을 보여준다. 빛과 어둠의 대조적 이미지를 통해 생명의 역학을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고 이를 정갈한 언어로 조탁해 내고 있다. 가작으로 선정한   「조각난 입술」은 어린 시절 자신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그런 고통을 시로 승화시키는 상상력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시가 삶의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자 구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해 시인으로서의 성장이 기대된다. 또 다른 가작으로 선정한 「우산을 펴기 전에」는 시적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 한 은유를 일관되게 천착하지 못하고 자꾸 곁길로 빠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응모한 모든 학생들에게 그리고 수상한 학생들에게 시신이 미소를 보내주기를 바란다. 명륜당의 노란 은행잎이 흰 눈과 어울려 시린 시경(詩景)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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