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지영 기자 (kekekel@skku.edu)

매혁이라는 길고 긴 레이스를 끝내고, 쉴 틈도 없이 방중 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 주간이 돌아왔다. 우리 신문이 주간 신문이고, 특히 내가 속한 학술부라는 부서 특성상 기획이 시의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방중의 기획 주간은 특히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기획은 총 3주에 걸쳐 이뤄졌다. 3차에 걸친 기획회의를 통과한 기획들이 다음 학기 신문에 실리게 되는 것이다. 기자는 무리한(?) 열정 탓에 1차 기획 때부터 신문에 싣고자 했던 기획들을 마구 내놓기 시작했다. 그것이 화를 부를 줄이야!

3주 간의 기획 주간이 채 다 되기도 전에 기자의 머리 속에서는 기획 거리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그 후,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내는 인고의 과정을 겪어야 했던가! 기획 거리를 잡기 위해 학기 중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도서관을 매일같이(는 아니고 자주) 드나들었고, 관심도 갖지 않았던 과학동아 등과 같은 자연과학 서적들도 마구 뒤졌다. 점차 기획력의 한계를 느껴 갈 때마다 겪어야 했던 몸과 마음의 고통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그 어느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패배감을 느낀 순간순간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기획이 나오게 되어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마지막 심판대인 전체회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회의 시간만 되면 그렇게 고생해서 생각했던 기획들은 도마 위의 생선 꼴이 된다. 선배 기자들과 동료들에 의해 난도질당해 너덜너덜해진 기획은 그대로 폐기처분돼 무참히 버려지게 된다.

하지만 길고 험한 기획회의를 거친 후 통과된 기획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기자에게 가져다준다. 실제로 학술부 내에서는 각 부서원이 통과시킨 기획을 수치화해 일종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통과시킨 우여곡절의 기획들, 그 눈물, 콧물로 얼룩진 기획은 기자에게 새로운 열정을 북돋아 주기도 한다.

수습기자 과정을 막 끝내고 준정기자의 이름으로 시작한 첫 번째 일이 기획이었으니만큼, 그 때 기자가 낸 기획들은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순수한 열정이 가득 담겨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준정기자의 과정을 끝내고 정기자로서 첫걸음을 내딛은 지금, 혹여나 그 때의 초심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그 때를 생각하곤 한다. 기획 하나를 위해 눈물, 콧물 다 쏟았던 그 때, 그 때의 나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