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서정돈 총장은 두 번째 임기를 맞아 대학의 국제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비젼을 밝혔다. 성균관대학교의 국제화는 서구대학 교육과정의 수입이라는 통념을 깨고 수출형 국제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오는 9월부터 인도·중국과 아세안 출신 학생 50여명을 초청하여 수학하게 함으로써 유학(儒學) 등 전통학문과 정보기술 분야 학문을 동남아 등에 ‘수출’하는 ‘개발국가 미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도나 러시아 등지의 유명 교수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강사진을 2010년까지 전체교수의 10% 수준으로 늘려 나가기로 했다.

국제화는 비단 우리 대학만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대학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지구촌이 세계화되고 있어 미래의 인재를 양성해야 할 대학은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화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우리 대학이 국제화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보편적 이데올로기 실천을 위한 비젼 제시는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국제화의 선도분야로 IT를 선정한 것도 우리나라가 IT선진국이라는 점과 우리 재단의 특성을 감안할 때 무리가 없다. IT분야와 함께 유학 등 전통학문을 집중 육성하여 수출한다는 전략 역시, 21세기에는 서구적 자본주의는 몰락하고 유교적 자본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허먼 칸의 예언을 들추지 않아도 매우 매력적인 비젼임에는 틀림없다. 전통학문과  IT를 중심축으로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균형을 잡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며,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수출형 모델을 제시한 점도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대학의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100명이 넘는 외국인 강사진의 확보 등 엄청난 예산이 계속적으로 투입될 것이 요구되어, 제한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우리 대학의 실정을 고려할 때 투자의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성균관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우리 대학은 국내 전통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위상 확립에 매우 유리한 입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아시아학을 선도할 역사적 경험이 미약한 상황에서 세계 동아시아학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고 이는 일개 대학이 감당할 수준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학의 국제화는 자칫 우리 대학 다수 재학생의 국제화 요구와 유리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무릇 정책은 보편성에 바탕을 두고 차별성을 추구하여야 성공할 수 있으며 차별성만의 강조와 보편성에 대한 지나친 평가절하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대학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국제적 품성을 갖춘 우수한 인재양성이라는 보편적인 흐름 속에서 특정분야를 통한 차별적 국제화라는 장기전략을 추진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