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우무대 대표 유인수 씨

기자명 김보미 기자 (bomi1022@skku.edu)

외국 번역극을 제외하면 연극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70년대 말의 한국 공연계에‘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선언한 작은 극단이 있었다. 바로“연극을 사랑하는 친구”라는 뜻을 가진 서울대 연극반 출신의 연우무대다. 연우무대는 혹독한 근대와 메마른 현대의 시간 속에서 시대의 고민을 끌어낸 주옥같은 작품들로 창단 이래 30여 년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소극단이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화려한 출연진 그리고 거대한 홍보를 앞세운 대형 뮤지컬의 등살로 소규모 극단이 점차 설 곳을 잃어가는 지금, 연우무대는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연우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극단 연우무대 대표 유인수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보미 기자(이하:김) 연우무대가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연우무대를 찾게 한 저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인수 대표(이하:유)
초창기 창단 멤버의 공이 컸다. 그들의 열정과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도전이 척박하다 못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던 한국 창작극을 살려냈다. 시대의 불만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기에 작은 극단이었지만 관객의 발길과 눈길을 붙잡을 수 있었다. 또 좁고 어두운 소극장에서 이뤄지는 무언의 의사소통이 관객의 가슴을 울렸기에 지금의 연우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 창단 이래 소극장 공연을 꾸준히 고집하고 있다. 소극장에 특별한 애정이 있나보다.
배우의 땀과 미세한 떨림 그리고 감정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지는 소극장에 왜 특별함 없겠는가(웃음) 관객 하나하나의 표정과 몸짓이 그대로 보여지는 소극장 공연에는 마치 거대한 성을 연상시키는 요즘의 대형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김 요즘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문을 닫는 소극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런 것인지 듣고 싶다.
소극장이 없어지는 것에 우선해 극단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작은 극단에서 창작한 작품이 단발에 끝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많은 관객이 그 작품을 찾았을지 모르지만 수익성이 미약하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해 볼 기회가 없다. 그렇기에 한 가지 성격을 가진 극단이 해체되고 기획사가 오디션을 통해 배우와 연출가를 선정하는 체제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김 연우무대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가.
연우 역시 수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연우가 여러 번 와해의 고비를 넘기며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도 관객이 우리를 찾았기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우는 좀 더 쉽게 대중에게 다가가고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연극 뿐 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아동극 쪽으로도 활발히 개척하고 영화 쪽으로도 진출하거나 공연의 규모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 중이다.

김 그렇게 되면 소극단 연우무대만이 가져온 고유한 색깔이 옅어지지 않을까.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7,80년대에는 거대한 공공의 적이 있었기에 당시 연우가 내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관객들은 그에 호응을 했다. 하지만 2007년 지금, 우리가 함께 돌을 던질 곳은 이제 없다. 그렇기에 연우는 각각의 작품마다 우리의 색깔을 담으려 한다. 각각의 작품이 가진 다양한 색깔이 연우의 색깔이 되는 것이기에 고정적인 색깔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미련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 말을 대중성만을 추구하겠다거나 대규모 공연으로 선회하겠다는 말로 오해해서는 결코 안 된다. 연우는 계속해서 당대의 고민을 이끌어 낼 것이며 사회의 이면을 탐구할 것이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계속해서 관객 앞에 설 수 있도록 좀 더 유연해 지는 것이다.

김 앞으로 연우무대의 활동 방향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가 우리 극단의 방향성을 설명하기에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뮤지컬 쇼케이스를 하게 되면 대형 기획사는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만을 선호한다.‘오! 당신이 잠든 사이’같은 경우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오는 무료 병원을 배경으로 소외계층인 알콜 중독자나 치매환자들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대형 기획사는 이러한 공연을 자신들의 무대에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우는 등장 인물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면서 감동과 재미를 놓치지 않는, 우리만의 색깔을 입힌 무대를 관객에게 펼쳐보였다. 비록 조그마한 공연장에서 불편한 좌석 때문에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봐야 하는 공연이지만 많은 관객이 우리를 찾았고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했고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볼 수 있었다.

김 마지막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나 계획이 있다면 말해 달라.
지금은 ‘칠수와 만수’를 준비하느라 무척 바쁘다. 7월까지는 이 연극에 힘을 쏟을 생각이고 내년쯤에는 미래 세계를 사는 복제인간의 실존에 대한 뮤지컬을 만들 예정이다. 계속해서 연우를 지켜보고 우리의 행보에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