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현(약06) 학우

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문인 등단의 꿈인 신춘문예. 그 이름도 찬란한 2007 신춘문예 당선자 중엔 독특한 이력의 소녀가 하나 있었다. 만 19세 최연소 당선자, 06학번의 약학도, 당선작은 일주일 만에 완성한 습작 등 경이로운 이력을 소유한 이 소녀는 다름 아닌 우리 학교 휴학 중이었던 홍지현 학우(약학06)였다. 화려한 이력을 소유한 이 소녀, 만나보니 차분한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깨끗한 얼굴이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글기실 과제였어요, 사실은”
신과 변기의 동격화를 통해 맹신과 권력에의 무조건적인 순종에 대한 풍자와 반전의 미학을 잘 녹인 작품 『변기』의 시작은 놀랍게도 우리 학교의 졸업 필수 과목 중 하나인 ‘글쓰기의 기초와 실재’였다. 1학기 때 특별한 이유 없이 글기실 수업을 수강했고 그 때 리포트로 주어진 A4용지 한 장짜리 손바닥 소설이 2007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의 기반이 됐던 것이다. 이런 인연을 두고 그녀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한다.

그녀는 “좋게 말하면 느긋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성격”이라는 말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래서 결의에 찬 인생 계획도 없지만 어쩌다가 들이닥치는 인생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게 진짜 인생 아니냐는 이야기가 덧붙여 나온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고 싶어 2학기를 휴학했던 그녀에게 1학년 1학기는 아직까지 생생한 대학생활의 첫 풍경이다. 그녀가 희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대학 입학 후 약학부 연극 동아리 광상(狂想)을 통해서였다. 동아리 공연 예정이었던 연극『굿 닥터』의 대학로 공연을 보고는 ‘이거 내가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휴학 시기 동안 습작 3편을 두 달여 만에 완성했다. 세 작품 모두 올해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그 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변기』가 그녀를 문단에 올라서게 했다. 문인으로서의 스포트라이트가 환하게 비춰지자 전공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다. “결국 약학을 굳이 그만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이 일(극집필)을 평생 할 것 같은데 미리부터 여기에만 빠져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더 많은 것들을 접하고 느껴야 쓸거리도 많아진다는 걸 알게 됐죠” 쓸거리가 없다면 아무리 쓰는 기술이 휘황찬란해도 가치가 없게 된다는 게 그녀의 문학 철학인 셈이다.

앞으로 쓸 문학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인생은 아주 작은 미동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상치 못한 일들, 지금 제가 생각도 못하는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 어쩌다보니 연극에 빠지게 됐고, 어쩌다 보니 희곡까지 써서 당선 됐구요. 그렇게 어쩌다 보니 기자님 하고도 만난 거 아니겠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