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소영 편집장 (zziccu@skku.edu)

얼마 전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새벽 6시,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환승을 하려는 사람들이 내리자마자 일제히 뛰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1백 미터 달리기 경주라도 하듯이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첫차를 탔는데도 뛰어야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누군가에게 집단으로 떠밀리기라도 한 것 같았던 그날의 지하철 광경은 강박증에 쫓기는 아찔한 모습으로 필자의 기억속에 남았다.

최근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기계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87.9%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신과 환자 10명 중 1명이 자기계발 강박증 환자라고도 한다. 자기계발은 자신의 내적 발전을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 자기계발이 어느새부터인가 험난한 사회에서의 '생존 조건‘으로 여겨지면서 자발적인 자기계발이 아닌 사회적 강요에 의한 자기계발이 강박증을 낳고 있다.

직장인의 자기계발 강박증이 주로 직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됐다면 대학생의 강박증은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 취업전선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이른바 ‘스펙’을 갖춰야 한다는 조급증에서 비롯된다. △각종 자격증 △수차례의 공모전 응모 △인턴쉽 △어학연수 △봉사활동까지. 취업을 위해서는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게 요즘 추세다보니 그 목록들도 천편일률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화려한 스펙도 부지런한 자기계발의 성취라기보다는 보다 훌륭한 상품이 되기를 강요하는 강박증의 산물처럼 느껴진다. 애초의 스펙의 목적 자체가 자기계발이라기보다는 취업이라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보니 눈이 번쩍 뜨일만한 경력이 없는 평범한 학생들도 ‘뭐든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증에 시달리게 됐다.

‘평범하게 살려면 죽도록 노력해라’라는 말이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다. 또한 모두들 강박증에 쫓겨 끝없이 내달리지만 정작 무엇을 위한 강박증인지 물었을 때 대답이 궁해지는 것 역시 씁쓸한 현실이다. 강박증에 삶을 옥죄지 말자. 대학시절은 삶의 가치관과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시기다. 강박증에 쫓겨 이력서 한 줄 더 늘리는 것보다는 삶과 여유롭게 마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