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동화』, 프란츠 카프카

기자명 고해정 기자 (aqua509@skku.edu)

우리는 흔히 ‘동화’라는 단어에서 어린 아이의 순수한 동심세계를 떠올린다. 어린 아이들에게 맑고 투명한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권선징악이 대부분을 이루는 그런 이야기. 보통 우리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만 되도 동화와는 ‘졸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데 여기, 새로운 방정식의 『환상동화』24편이 준비돼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아하!’ 할 만한 독일작가 24인이  풀어내는 동화 속에는 작가만의 사상과 새로운 시각이 녹아들어 있다. 그들의 동화 에는 각각 작품들의 주체할 수 없는 변주 속에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은연중 증명해내고 있다.

새로운 동화의 소재
동화의 주인공은 작은 소녀 혹은 공주일 것이라는 우리의 편견은 『환상동화』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게오르크 트라클의 ‘외로움’에서는 주인공이 없다. 모든 사물에 스며들어 있는 외로움을 느릿느릿 묘사하며 독자에게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선사한다. △침묵에 잠긴 연목 가운데의 성 △잠 속으로 빠져드는 정원 △금이 간 탑실 안에 앉아 있는 백작까지 외로움의 묘사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동화의 발랄함과는 매우 다르다. 베르페의 ‘가찬파와 친’에서는 회교 의 마귀 친을 등장시켜 주인공인 왕자의 자기 분열과정을 묘사하며 인간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린다. 

허를 찌르는 결말
『환상동화』는 제목처럼 환상적인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카프카의 ‘법 앞에서’에서의 주인공은 법의 문안으로 들어가려고 평생을 바쳤으나 결국 법의 문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는 당연히 모든 인간은 법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동화에서는 주인공에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카프카는 짧은 동화를 통해 인간 삶의 현실과 가상의 양면성을 우의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릴케의 ‘용을 죽인 사나이’에서는 사나운 용을 죽이는 조건으로 공주와의 결혼을 포상으로 내걸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결말은 어느 용감한 사나이가 용을 죽이고 공주와 행복하게 사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용을 죽인 사나이는 지친 몸을 이끌고 또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이 사나이는 외적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수도승적 릴케 본인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 

작가들의 특별한 외침 
독일 현대 문학의 대가들로 이뤄진 24인의 작가들은 짤막한 동화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풀어낸다. △사회변혁 △기존 동화의 재해석 △사랑과 죽음 △인간의 인식 등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의 개성은 저마다 매우 강하다. 하이제의 ‘심장 피의 동화’에서는 서커스 소녀와 철부지 대학생의 만남을 통해 사랑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고 하이네의 ‘파란꽃’에서는 행복이 멀리 있지 않았음을 주제로 하는 ‘파랑새’와 닮아있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결국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역자는 동화라는 장르가 ‘삶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상상력의 세계를 키워주고, 지상의 삶의 한계를 끝없이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말한다. 20대가 된 지금, 동화를 졸업했다고 단언하지 말라. 『환상동화』의 행간에 숨어있는 작가들의 숨은 의도들은 새로운 사색의 계기가 되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