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보미 기자 (bomi1022@skku.edu)
▲ 두 잇 아카펠라(Do it Acappella)

어둠이 짙게 스며든 대학로의 한 숨은 골목, 감미로운 아카펠라 멜로디가 새어나온다. 목소리의 어울림이 만들어 내는 아카펠라 특유의 여운을 쫓아가다 보면 그 끝에는 ‘두 잇 아카펠라(Do it Acappella)’라는 이름의 작은 라이브 바가 자리하고 있다. 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가 고작 한두 걸음이고 테이블과 의자 개수는 열 개를 채 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이 공간은 요일마다 다른 색깔의 특색 있는 아카펠라로 가득 채워지곤 한다.

바(bar)보다는 오히려 작은 공연장이라는 이름이 더욱 어울릴 법한 두 잇 아카펠라(Do it Acappella). 기자가 이곳을 방문한 날은 남자 세 명과 여자 두 명으로 구성된 목요일 공연 전담 그룹 큐브가 무대를 꾸몄다. 가벼운 인사로 공연을 시작한 이들의 첫 곡은 재즈 내음이 물씬 풍기는 아카펠라 곡 ‘러브레터’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 기계음보다 진하게 심금을 울리는 그들의 환상적인 하모니는 어떤 악기도 사용되지 않았지만 아름답고도 풍부한 음색으로 관객의 가슴을 적셨다. 다음으로는 세계적인 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의 대표곡 ‘I sing you sing’이 이어졌다. 여기에 손을 허리에 얹으며 동시에 무릎도 살짝 굽히는 귀여운 안무까지 곁들이자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거기 남자 분, 다 보이니까 썩소 짓지 마세요. 이러는 저희는 얼마나 민망 하겠어요”라며 위트 넘치는 농담을 건낼 정도로 이들은 공연 실력만큼이나 무대매너 또한 수준급이다.

그룹 큐브가 만드는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 하나하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 테이블 마다 말을 건내며 관객을 그 순간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기에 다들 상기된 얼굴에 들뜬 모습이다. 특히 100일을 맞이한 커플을 위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부른 노래 ‘장미’는 바의 분위기를 한껏 뜨겁게 달궜다. 절정을 향해 달려간 큐브의 마지막 무대는 편승엽의 ‘찬찬찬’이다. 트로트 특유의 꺾기를 그대로 살린 한국적 아카펠라를 끝으로 큐브는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곤란하다. 큐브의 공연을 지켜보던 임소영(31) 씨는 “다시금 객석을 찾아 관객과 악수를 나누는 가수의 모습은 두 잇 아카펠라(Do it Acappella)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매일 매일 이어폰을 통해 듣는 음악이 지겨워 지는 순간이 찾아왔다면 순수한 목소리의 조화가 빚어낸 아카펠라는 어떠한가. 의자에 편안히 앉은 자세로 시원한 음료와 함께하는 작은 무대는 현란한 전자음과 기계음에 지친 당신의 감성을 촉촉하게 녹여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