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재홍 사진부장 (youni@skku.edu)

당신이 A대학교의 학생이라고 해보자. 대학에 들어간 당신은 평소의 신념에 따라 한 정당에 들어가서 정치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학교 당국의 눈 밖에 난 당신에게 A대학교가 할 수 있는 처분은? A대학교 학생상벌에 관한 규정 제17조에 따르면 당신은 제적처분까지 당할 수 있다.

말머리부터 뜬금없이 늘어놓은 소리에 당황하셨을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법인 헌법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법에 의해 양심·결사의 자유를 보장 받고 있는 우리가 대학 내에서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없다니. 하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인권위)가 "대학생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은 기본권 침해"라며 이와 관련된 학칙을 시정할 것을 권고한 대학교가 자그마치 69개. 아까 예로 들었던 A대학교 외에 B대학교는 학칙 제62조(금지활동)에서 '학생은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기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번에 권고 대상에 오른 대다수의 대학들이 이와 유사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 조항들의 대부분이 사문화 된 규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2000년에서 2006년 사이 재개정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학칙들이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정치적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땅 속에 묻혀있던 덫이 언제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듯, 학교 당국이 원할 때 우리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균관대학교는 이번 권고 대상에 올라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필자의 기억을 되돌려 볼 때, 우리 학교도 이런 문제에서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작년 이맘 때,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집회에 대해 학교 당국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집회자들 주변을 많은 수의 직원이 지키고 서 있었고, 몰래 이들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에도 학교와 민감하게 관련된 집회가 벌어질 경우 집회자들과 직원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느껴진 경우도 많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겠지만 이를 하나의 자유로운 입장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국제법이 보장하고 헌법이 옹호하는 대학생의 정치적 자유는 학칙에 우선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숭고한 권리이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안을 우리의 정치적 자유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