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 '전쟁과 정치사회'과목 강사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1세기 세계적 화두는 경제의 세계화, 정보통신혁명, 인구이동 등으로 야기되고 있는 ‘세계적 역동성’과 인종 및 국가 공동체와는 다른 ‘지역 생활세계’이다. 세계 발전의 흐름이 생태·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 등에서 민족국가를 넘어선 역동성을 요구하고 있고, 초국가적 수준에서의 혁신·조정과 다문화·지식산업 사회로의 발전은 이제 논쟁거리가 아니다.

한편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당장이라도 핵무기가 우리의 삶을 파괴할 듯한 불안과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더 혼란스럽게 한 ‘호들갑스러운 언론의 스펙터클’이, 2007년 2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6자회담의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3월 6일 뉴욕에서 제1차 북미관계 정상화 관련 ‘북-미’ 실무그룹 회담이, 북측 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표현을 빌리면, "건설적이었으며 진지"하게 진행되면서, 6·25전쟁 이후 55년 이상 ‘남북한 적대(敵對)’의 기초가 되었던 ‘정전(正戰)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관련 다양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6자회담 합의 사항이 어떻게 이행될 것인지 그 추이는 단정할 수 없으며 북핵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대선을 앞둔 한국 내 정치권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북미관계를 비롯해 6자회담 관련국들의 다양한 이해를 볼 때, 합의내용의 구체적 실행과정을 주목해야 하며,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한의 독자적인 문제가 아니며, 앞서 설명하였던 세계적 역동성과 지역 생활세계의 변화 등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반도를 넘어선 동북아 지역공동체와 아시아공동체 건설 등이 동시에 모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새로운 지역공동체 구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매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 대학생들은 어떠한 시대정신을 가져야 하는가?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역동적 변화를 ‘현실화시킬 세대’가 바로 ‘자신과 미래사회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준비하고 행동하는 2007년 현재 대학생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으로 사회이론가인 울리히 벡(U. Beck)과 하버마스(J. Habermas)가 논한 코스모폴리탄 시각(Cosmopolitan approach)과 자기결정(Self-directing), 그리고 연대(Solidarity) 정신을 제안하고 싶다.

코스모폴리탄 시각은 시장의 세계화, 초국가적 자본의 지구적 흐름, 전 지구적 노동이동, 상호 다른 종교와 인종의 상호유입 등 20세기 말부터 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난 다양한 문제와 갈등, 위기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고민과정에서 제기되었다. 이 시각은 지구적 상호의존성이 현재화된 이 시대, ‘타자(他者)와의 경계(boundaries)’를 어떻게 다루어야만 하는가? 라는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해동포주의’ 정도로 번역 가능한 코스모폴리탄이즘은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 및 나라 간 공통의 문제해결과 발전적 상호 협력을 위한 ‘정치사회적 잠재력’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자기결정’과 ‘연대’ 정신이다. 자기결정이란 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주어진 규칙과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공동체 내의 집단적 의사소통 과정에서 창출될 수 있다. 그리고 연대는 ‘더 나은 자신과 사회’를 원하는 유사한 환경의 인간들이 자기결정에 의한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시대정신과 행동력’을 통해 형성된다. 즉, 특정한 지향과 욕구를 가진 공동체의 집단적 자기확신의 공유와 실천적 공동행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시대정신이 실현될 수 있는가?는 2007년 현재를 살아가며, 현실의 불안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다양한 욕구의 공유→공동의 욕구를 모아내는 것→이에 기초한 공동의 행동력, 즉 ‘연대의 힘’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먼저 1960년대~90년대 한국 대학생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집단적 자기확신과 연대 정신을 구현했었는지? 그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 역사가 ‘삶의 나침판 형성’에 교훈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