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보미 기자 (bomi1022@skku.edu)

인터뷰를 하다 보면 기자는 가끔씩 첫인상과는 상당히 다른 인터뷰이의 참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한다. 가령 형광색 셔츠와 검정색 쫄바지 그리고 튀는 뿔테 안경을 쓰고 나타난 인터뷰이가 막상 시작된 질문에는 수줍은 미소에 긴장한 표정으로 더듬더듬 말문을 열기 시작하는 모습들에서 말이다.

도예가 김용문 씨도 이러한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 기자는 황순원의 소설 『독짓는 늙은이』에 나오는 고독한 장인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높이 틀어 올린 상투와 약간 검게 그을린 얼굴에 덥수룩하게 자라고 있는 수염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마치 무뚝뚝하고 우직한 성격의 전형인 양 뇌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장에서 막 나온 듯한 모습의 그는 “아~ 성대학보사?”라고 아는 척을 하며 하얀 치아를 한껏 드러내는 소탈한 웃음을 보였다.

김용문 씨와의 인터뷰는 그가 거주하는 작은 방에서 이뤄졌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는 나무로 만든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막사발에 손수 우린 칡차를 따랐다. 칡차가 담긴 사발을 건내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정겨움이 밀려왔다. 이때 즈음해서는 처음 그를 봤을 때 가졌던, 외모로부터 기인한 약간의 거부감은 이미 떠나간 지 오래였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도 가마터를 함께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이 작품은 이래서 나왔고 저 굴뚝은 언제 만들었다”며 눈길이 닿는 곳 마다 어느 한 곳 지나치지 않고 자세한 설명을 해 주는 모습에 기자는 그저 고마운 마음이 들 뿐이었다. 마침내 취재를 끝내고 작별 인사만을 남긴 기자를 돌려 세운 것은 그가 선물이라며 내민 조그마한 막사발이었다. 서울에 가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언제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작별 인사를 고하는 김용문 씨. 그와 헤어지고 오는 버스 안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졌던 것은 이렇듯 작은 인연도 소중히 여기는 그의 고운 마음씨를 막사발이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선물 받은 막사발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도 그가 짓던 온화한 미소를 떠나보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