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재홍 사진부장 (youni@skku.edu)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리더가 되길 원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 사회에서 도태되고, 자리에서 밀려나고, 결국에는 사라지고 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리더가 되기 위해 악착같이 자신을 소모한다. 그러다 보니 중·고등학교 때 반장 한 번쯤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정치계에서는 경선에 불복을 하거나 당내 순위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당을 옮겨다닌다. 자기가 이끌어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질식해가고 있다.

필자도 마냥 리더라는 느낌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남들 앞에 나서지 않으면 뭔가 손해보고, 뭔가 지고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중·고등학교 때 반장을 하고 전교 부회장을 하면서 얻는 것들, 이루는 것들. 대학에 와서도 필자는 지치지 않고 몇 개 대학 신문사 사진기자들과 의기투합해 꽤 큰 규모의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뒤늦게 깨닫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결코 아님을, 내가 잘나서 완성된 것들이 결코 아니었음을 말이다.

그러던 차에 주은래(主恩來, 중국명:저우언라이)의 삶에 대해 알게 됐다. 주은래는 귀족 가문 출신이자 당 내에서도 꽤 높은 서열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택동(毛澤東, 중국명:마오쩌둥)이 가진 1인자로서의 자질을 깨닫고 스스로 2인자의 길을 택했다. 모택동이 큰 틀로 국가 목표를 잡으면 주은래는 그 뒤에서 냉철함과 정확함으로써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기반을 다져 나갔다. 만약에 주은래가 자기 출신성분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자기를 내세우고, 모택동을 시기했다면 현재의 중국은 없었을 것이다.

역사는 항상 리더만을 기억하지만 뒤에서 묵묵하게 리더를 도운 ‘두 번째’가 없었더라면 이들의 역사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리더에 대한 허상과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자신이 가진 사명을 명확하게 알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두 번째’들은 리더 이상의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

인사캠 주변 삼청동으로 가보자.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하얀 바탕에 검정 글씨로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인다. 향긋한 계피향내가 가득한 이 전통찻집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며 휴식을 취해보자. ‘왜 둘째로 잘하는 집일까? ’ 궁금증도 가져보면서, 두 번째만의 겸손함, 그리고 숨겨진 노력을 생각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