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새내기가 되어 학교에 첫 입학한 후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셔틀비였다. 다른 학교에서는 대형버스로 수시로 운영하는 셔틀임에도 불구하고 무상으로 운영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데 우리학교는 300원이나 내는데도 작은 콩나물시루에 빽빽하게 많은 사람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힘겹게 언덕으로 실려 가는 꼴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개강 다음 날 근처 대학에 입학한 친구가 우리학교에 구경 왔다가 창문이 터져 나오도록 사람을 가득 싣고 수선관으로 올라가는 셔틀을 보고서는 “저러고도 300원내느니 차라리 걸어가겠다. 하루종일 딱 파도 안나오는 돈이 300원인데 그 돈 내고도 저렇게 실려 올라가다니..”라며 혀를 찼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차마 잔돈은 거슬러주지 않는다는 말도 못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셔틀을 타려고 동전을 세었는데 300원이 되지 않을 때.. 잔돈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사실에 나 역시 경악하고 말았었기에 도저히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에게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천원을 내고 타려하니 거스름돈 바꿔줄 수 없다고 편의점가서 뭐 하나 사고 잔돈으로 바꿔오라는 매정한 셔틀운전기사 아저씨의 말을 들었을 때, 코앞에 둔 수업시간을 앞두고 어찌나 눈앞이 캄캄하던지. 부랴부랴 편의점으로 가 생각도 없던 초코바를 하나 집어들고 100원짜리 동전을 받아 꽉 찬 버스에 끼여 탈 때의 불쾌함, 혹은 농구코트 옆의 승차권판매점이 문을 닫은 시간에 셔틀타려고 할 때 또 다시 잔돈이 모자라면 느끼는 당혹감, 이 모두 개강 후 일주일 만에 모두 겪어버렸다.

우리학교는 셔틀운영회사가 외부에 있어 어쩔 수 없이 운영비를 걷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선배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입학하면서 등록금도 7.2%나 올랐다는데 그 돈으로 셔틀비 정도도 못 대주는 걸까? 최소한 셔틀이 주정차하는 곳에 잔돈 지급기라도 세워두고 관리하는 것도 7.2% 인상된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일까? 입학하기 전 가졌던 기대거품들이 하나씩 터져버리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