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소년은 11살 때 처음으로 춤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역동적인 비주얼이 화려한 힙합댄스였다. 그러나 90년 대 ‘춤추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시선은 ‘공부 안하고 생각 없이 놀러 다니는 아이들’이었을 뿐. 소년을 대하는 세상의 눈 역시 그랬다. 춤을 사랑했지만 “이걸 평생 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도 들었다. 고민에 빠진 소년은 학교를 나와 집으로 가던 중 한 학원을 발견하게 된다. 학원의 간판을 한참동안 올려보던 17세 소년은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한국무용, 간판 위에 써있던 글자였다.

“인문계 학교 다닐 땐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춤 공부를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는 게 가장 불편했어요. 학교도 지방이니까…….주말마다 서울 올라와서 친구들 만나며 춤추고 그랬죠 뭐” 예고와 예대에 진학하니 춤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많았다. “예고에 들어가니까 일단 커리큘럼 자체가 춤이잖아요. 학교 안에서 춤 출수 있는 공간도 있고, 무엇보다 전문 선생님들께 조언도 구할 수 있으니까 좋았죠. 그렇지만 대학교는 또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예고에서 배운 것이 movement(움직임) 위주였다면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mind(정신)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혼자 생각하고 상념에 빠지는 시간이 많아지며 춤에 대한 자기만의 느낌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는 그의 말에 ‘진짜 춤꾼’의 기(氣)가 느껴진다.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년 한 해 참 많은 활동을 했다. 우리 학교 무용학과 임학선 교수의 무용단 소속으로 프랑스에서 ‘공자’라는 공연도 했다. 주로 선배들의 공연에 조연으로 참여하는 정도라고 하는데 수상 경력을 들어 보니 실력까지 조연은 아닌 듯하다. “2006 젊은 춤 작가 전에서 ‘머물다’라는 제목으로 춤 작가상을 받았어요. 제일 좋은 상이래요” 그 밖에도 창작 뮤지컬에 댄서로 참여하고 한 때 힙합 동아리 꾼에서 활동한 걸 보면 한국 무용 외에 다른 춤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다양한 춤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가져다주는 의미에 대해 묻자 생각보다 단순한 대답이 돌아온다. “춤에 경계가 있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한국 무용을 전공하고 앞으로 진로도 이쪽이 될 테지만 우선은 춤추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요” 그래도 한국무용을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국무용의 핵심은 호흡에 있죠. 서양 무용들이 몸 위주의 보여주기 식이라면 한국무용은 호흡이 춤의 정신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진로에 대해 듣고 있자니 정말 스무 살이 갖고 있기엔 꽤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동시에 춤도 계속 추면서 현장 경험도 익히려구요. 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크로스 오버를 통한 한국무용의 대중화를 이루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스무 살이 돼 만난 그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진짜 춤꾼 김주빈이 되기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