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로맨스] 틀을 깨버린 '공녀'만의 매력

열 일곱살 소녀 예영의 꽃다운 삶은 공녀로 발탁되며 무참히 짓밟힌다. 원나라의 황궁으로 끌려간 그녀는 갖은 고초와 치욕을 겪고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몇 번의 탈출을 감행한다. 그 때마다 번번이 황실 친군대장 샤하이와 마주쳐 무산되는데 예영을 한없이 사랑해주는 그와의 로맨스가 주축을 이룬다. 멋진 남자에게 사랑받고 고난 끝에 해피엔딩을 이룬다는 구조는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이지만 짐승 같은 대우를 받는 고려 여인들의 처절한 역사를 함께 다뤄낸 것은 로맨스 소설의 새 지평을 개척했다고 평가된다. 이 소설은 줄곧 예영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거대한 황실 앞에서의 두려움, 분노, 난생 처음 느낀 사랑의 떨림… 이 모든 것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아려온다.

함께 차출된 공녀 기금옥은 실존인물이며 원나라 황후가 된다. 반면 송이는 황숙 타라하이의 짐승 같은 손아귀에 정신이 나가버리고 만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고려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기존의 로맨스 소설과 달리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실제 역사 속 인물들과의 개연성을 이뤄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좬공녀좭. 비극적인 시대에 고려 여인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묘사해낸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이다.
이선영 기자

[판타지] 눈물을 마신다는 것의 의미

네 마리의 형제새가 있다.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다르다.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다. 그 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다.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무엇일까.

바로 눈물을 마시는 새다. 피를 마시는 새가 장수하는 이유는 몸 밖으로 절대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물은 얼마나 해롭기에 몸밖으로 배출하는 것일까. 그런 해로운 것을 마시면 오래 못사는 것이 당연하다. 작가는 케이건 드라카라는 ‘인간’을 통해 군주 즉, 왕은 눈물을 마시는 새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왕’이라는 존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한다. 요즘 유행하는 일반 장르 판타지 문학과는 다르게 작가는 『눈물을 마시는 새』를 통해 동양적인 색채를 가미했다. 작품 속 세계를 송두리째 창조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기에 이 작품은 한국의 『반지의 제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편 비유와 풍자, 그리고 단서 하나를 던져주고 독자로부터 진실을 추리하게 만드는 ‘이영도식 추리화법’은 읽는 이로 하여금 쉼없이 상상하고 고민하게 만들어 <끝>이라는 활자가 보였을 때 비로소 한숨을 돌리게 한다.
박종석 기자

[추리] 고흐의 자화상, 추리 속에 녹아들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주인공의 추리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된다고 하면 이 작품은 반 고흐의 작품을 따라서 물 흐르듯 진행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추리와 함께 이야기 전반을 이끌어 가는 역사적 사실에 또 한번 집중하게 된다.

이야기는 모사드 여성요원 에스터가 아버지를 만나는 순간, 아버지가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집에서 발견한 고흐의 작품을 가지고 에스터는 계속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그의 파트너 마틴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시카고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무겁지 않게 전개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나치의 미술품 약탈과 전쟁 후의 유럽과 관련한 이야기와 함께 엮여진 이야기는 책을 읽은 후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거대한 세력의 엄청난 음모나 여주인공 에스터의 화려한 활약은 없다. 그러나 역사의 한 단면과 함께 흘러가는 이야기는 굉장히 흡입력이 높다. 타 추리소설과 차별화 되는 반 고흐의 자화상과 그것을 둘러싼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가 가장 장점이다. 미술품 감정을 할 수 있는 팁도 얻을 수 있다. 『반 고흐 컨스피러시』, 끌리면 읽어라.
고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