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소영 편집장 (zziccu@skku.edu)

대동제가 막 시작할 즈음인 지난 주 전공 수업 시간이었다. 날씨도 좋은데 야외수업을 하자는 교수님의 제안에 모두들 신이 나 팔각정으로 향했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은 캠퍼스에 완연한 봄을 마음껏 느끼게 해주기 충분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교수님과 학생들간에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처음에 학과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 대화는 어느덧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고민을 털어놓고 인생의 연장자이자 선배인 교수님에게 조언을 듣는 시간이 돼 있었다. 

우리의 대학 사회는 과거에 비해 참으로 많이 변했다. 취업에 대한 공포가 1학년 때부터 일상의 고삐를 조이고 점점 원자화 돼가는 학생들은 같은 학과라도 유대감을 느끼며 고민을 나누기 힘들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어느 공간보다 소통이 풍성해야할 대학에서 점점 소통부재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교수님과 학생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듣는 수업이 끝나고나면 썰물처럼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통에 교수님과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한 학기가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날의 야외수업이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님들도 이러한 대학사회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대학에 온 의미를 아직도 모르겠다는 고민에, 과거와는 달리 학과 사람들끼리의 유대감이 부족한 것 같다는 지적에, 인생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걸어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교수님들은 언제든지 함께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었던 것이다.

오는 15일은 26회째를 맞는 스승의 날이다. 오랫동안 굳어온 촌지 관행 때문에 이날 학교를 열지 않는 초·중·고의 비율이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게다가 학년 초에 스승의 날이 있는 것이 학부모와 교사에게 오해와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서울지역에서 스승의 날을 학년 말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순수하게 스승의 노고를 기리고자 마련된 스승의 날이 어느새 스승에게나 학생에게나 이처럼 부담스러운 날이 됐다는 것은 무척이나 씁쓸한 현실이다. 스승의 날에 오고가야 하는 것은 분명 부담스러운 ‘성의 표시’는 아닐 것이다.

담임제가 아닌 대학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스승과 제자의 밀접한 관계를 기대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그러나 대학시절의 스승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길을 걸어본 인생의 선배로서 고민을 나누고 삶을 개척해 나갈 길의 지도를 쥐어줄 수 있는 존재다. 사제간의 정이란 단어가 생소해진 오늘날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교수와 학생간의 허심탄회한 소통이다. 오는 스승의 날, 교수님과 의미있는 대화를 한번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