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퍼 완은실 씨

기자명 김보미 기자 (bomi1022@skku.edu)

■ 캘리그라피 만이 가진 매력을 꼽는다면
컴퓨터로 표현하는 글자체인 폰트와 다르게 캘리그라피는 글자의 형태가 가지는 특유의 느낌과 사람의 감성을 담을 수 있다. 다른 문자와는 다르게 한글은 글자의 생김새 자체에 의미가 담긴다. 글자의 모양과 번짐 효과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전달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캘리그라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두가지다. 하나는 글자가 주는 느낌을 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디자인적 측면에서 조형성을 고려한다. 라면의 깔끔하고 매콤한 맛, 부드러운 목넘김을 자랑하는 술의 느낌,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던 엄청난 역동 등 ‘느낌’을 살리는 방법을 가장 먼저 그리고 오래 고심한다. 그리고 나서 글자의 곡선을 살려 최대한 아름다운 형태의 조형으로 만든다.

■ 캘리그라피의 상업화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케팅에 캘리그라피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상업화와 관련한 우려가 나타나는 것 같다. 물론 상품에도 사용되지만 요즘 캘리그라피는 공익광고나 문화행사 포스터 그리고 출판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추세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봄, 광화문에 걸렸던 대규모 현판의 캘리그라피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동안 잊고 지냈던 봄의 따스함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캘리그라피가 공공의 행복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늘어날 것이라 믿기 때문에 캘리그라피 자체의 상업화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하지 않는다. 

■ 예술작품으로서 캘리그라피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캘리그라피는 일회성이 강하다. 작품이 탄생할 순간 작가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글씨가 탄생한다. 그리고 같은 글씨를 두고도 어떤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의 작품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캘리그라피는 표절이 거의 불가능하며 저작권이 확실한 편이다. 하지만 글씨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엄연한 범법행위다. 

■ 한국에서 캘리그라피의 입지는 어떠한가
한국에 캘리그라피가 처음 들어왔을 당시에만 해도 대필소나 서예인에게 한 끼 밥값, 술 한 잔 값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캘리그라피를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캘리그라피를 두고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접합시킨 감성 예술이라 해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발전가능성은 상당하다. 근래에는 캘리그라퍼가 되려는 사람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 그렇다면 캘리그라퍼의 양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캘리그라퍼 중에는 보통 서예를 전공한 사람이 많다. 아무래도 붓과 종이로 하는 예술행위라서 그렇지 않을까싶다. 하지만 캘리그라퍼가 되기 위해서는 서예에만 그치지 않고 힘든 디자인이나 창의성 교육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직 캘리그라피가 생소한 분야라서 그렇지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캘리그라퍼도 오랜 교육과 습작과정을 거쳐야만 하고 즉흥성과 예술적 기질 역시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