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혜인 기자 (kirufif@skku.edu)

이번 여름에는 참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탈레반에 피랍된 샘물교회 선교단부터 한나라당 경선 결과,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학력위조의 후폭풍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필자는 이런 사건들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한 논란과 이슈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사건 이후 마치 도미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 시인 기사들에 온 국민은 혀를 내둘렀다. 교수에서부터 작곡가, 종교인, 방송인까지 분야도 참 다양하다. 우리 사회에, 그것도 사회에서 한 자락 씩 한다고들 하는 사람들이 마치 속죄하듯 터져 나오는 학력위조 기사들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학벌’이란 마약에 얼마나 중독 돼 있는지.

이른바 ‘신정아 사건’이 발단이 된 학력위조 폭풍은 일간지 사회면을 최근 한달 간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 몇몇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가 밝혀질 때는 ‘제 2의 신정아’등으로 불거지나 했더니 이건 정말 걷잡을 수 없는 가을의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사소한 것일 수 있다. 프로필에 한줄, 두줄 더 적어 넣은 것. 그 한줄, 두줄이 이제 그들의 인생에서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될 것이니 말이다. 무려 ‘학력을 위조한 사기꾼’ 정도로 포장될 것이다.

사실 좋은 학벌을 우대하는 분위기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좀더 좋은 대학을 나오거나 좀더 좋은 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좋은 대학, 좋은 학위를 능력으로 인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성공을 위한 단계가 아니라 성공 그 자체로 평가받으며 한국 사회는 그것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는 외국인이 들어도 식상할 정도인 한국의 비정상적인 사교육 열풍을 낳은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학벌 그 자체를 신격화시키는 이 사회의 풍토 때문이다. 아마 이런 분위기 때문에라도 ‘학력위조’라는 멍에를 짊어지게 된 사람들은 국민들에게 쉬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이렇게 (돈으로든, 능력으로든) 노력해서 학위를 땄는데 저 사람들은 감히 사기를 쳤어?’하는 심리를 갖지 않았을까.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이화여대 입학 학력이 허위임을 밝힌 배우 윤석화 씨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다면 은퇴하겠다’라고까지 밝혔다. 물론 대중을 속이고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를 허위 기재 한 것은 분명 큰 잘못이다. 그러나 이것이 ‘죄송합니다’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 문화계를 짊어지는 한 문화인이 은퇴까지 고려하도록 만든 것이 과연 어디부터인지, 당연한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