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서울대 공대의 교수신규채용에서 적격자가 없어 한 사람도 선발하지 못하였다는 보도를 놓고 얘기들이 많다. 우리 대학도 최근 반도체공학 전공에서 우수 지원자가 없어 교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고, 이는 이미 주변 상위권 대학의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서울의 주요대학들이 이 지경이면 지방대학이나 기업연구소의 사정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교수를 충원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고 산업현장에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공급할 수 없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우수한 인재가 공대교수 지원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혹자는 이공계 대학의 위기론을 다시 들먹이기도 하고 혹자는 우리 교육시스템의 위기를 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이공계 홀대가 만연하여 많은 학생들이 의학, 법학을 전공하길 원하고 공대에 지원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도 이러한 이공계 대학 위기론이 대학교수 선발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견해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외국의 우수한 자원들이 국내에 귀국하는 것을 포기하는 원인으로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높은 집값을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지적들은 서울대 공대가 교수를 충원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점은 지원자가 40명이나 있었음에도 대학이 제시한 기준에 적합한 지원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혹시 서울 공대가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닌가? 그리고 대학이 농사에는 관심이 없고 수확에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닌가?

최근 우리 대학사회는 대학평가를 계기로 어느새 대학간의 경쟁, 구성원간의 경쟁이 체질화되었다. 양적인 기준에 의한 경쟁이 한편으로는 대학에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을 병들게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고 논문 생산공장이 되어버린 교수도 적지 않다. 교수 선발에서도 연구성과에 대한 양적 기준을 경쟁적으로 높혀, 교수충원이 늦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경쟁의 지표로서 기능을 하기 힘든 ‘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실화된다는 우려가 많다. 이미 많은 업적을 낸 인재들이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고 좋은 교육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우수한 자원을 항상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차선책으로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우수한 교수로 만드는 일을 대학이 소홀해서는 안 된다. 최근 발생한 공대 신임교수 충원실패를 단지 이공계 대학의 위기로만 치부하지 말고, 대학이 우리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진정한 사명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