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현 기자 (kjhjhj1255@skku.edu)

당신의 10년 전을 떠올려 보시라. 강산이 한 번 변하기 이전의 꼭 10년 전 이 시간,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 후기를 읽는 독자의 연령에 따라 세속의 때를 타지 않은 순수한 초등학생이었을 수도, 한창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백팔번뇌의 수험생이었을 수도, 또는 취업을 코앞에 둔 사회 초년생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당신은 곧 깨달을 것이다. 당신의 지난 10년짜리 파노라마가 어떤 모습을 담고 있었던 간에,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과 10년 전의 한국 사회는 소스라치도록 쏙 빼닮았다는 것을. 굶주리던 사람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고 대접받으며 살던 사람은 여전히 대접받는다. 길거리에 내몰렸던 이들은 아직도 아스팔트의 냉기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살고 세상 무서울 것 없이 큰소리치던 사람의 목소리 톤은 조금도 낮아지지 않았다. 이것이 IMF사태가 몰고 온 ‘변화’이자 IMF의 ‘실체’다. 이런 현실에서 IMF 10주년을 맞아 전문가들이 쏟아놓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이니 사회의 재조직화니 하는 무덤덤한 분석들이 정작 서민들에게는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애초의 사회부 기획 자체가 기자의 주관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인터뷰를 통해 IMF 이후 10년간 변화한 성균관대의 거시적 제도와 성균인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가감 없이 들어보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별 수는 없다.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현실의 경쟁을 어떻게 바라보냐는 질문에 어김없이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자조어린 대답을 돌아오면 ‘어쩔 수 없이’ 가슴 한 켠이 묵직해오며 숨이 턱 막혀버렸다.

아무리 경쟁이 가속화되고 약자들의 고통어린 신음이 깊어져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기다리고 IMF 20주년, 30주년을 차례로 기념하며 살아갈 터이다. 하다못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던 10년 전 그때의 ‘금모으기 운동’처럼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있는’ 일로 바꾸려는 사회 각계의 작지만 정성어린 노력이 물씬 그리워지는 IMF 10주년의 어느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