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눈’에 의존하는가. 맛으로 보는 음식에서도 시각이라는 감각이 선행되고 귀로 듣는 음악마저도 댄스 등의 비주얼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마치 시각은 다른 감각에 도달하기 위한 통과 의례처럼 자리 잡았고 일반인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속의 대화>展은 시각의 ‘독재’에 반기를 든 하나의 혁명적인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어둠속의 대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둠으로 관객의 시각을 통제한다. 입구의 문이 닫히면 전시회장에서는 빛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는데 이 때 일차적으로 머릿속에 새겨지는 감정이 ‘두려움’이다. 앞으로 한 발짝 내딛기가 망설여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은 곧 무력감을 불러온다. 하지만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뻗은 손에 나뭇잎의 감촉이 와 닿는 순간 그 느낌은 머릿속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 숲이라는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벤치에 앉자 비로소 그 그림은 완성되고 관객들의 두려움은 안도감으로 바뀐다.

다음으로 관객들은 시장이란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평소에 익숙했던 이 장소 역시 어둠으로 인해 시끌벅적한 소리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식품들의 촉감이 하나둘씩 손끝으로부터 전해지면서 시각적으로 텅 비었던 시장의 이미지는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한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욱 촉각과 후각적인 면에 집중하다 보니 그 본질에 더욱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일상에서, 충분히 다른 감각을 사용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너무 많은 부분을 눈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물을 파악하는데 적용할 감각을 스스로 시각의 틀에 가둬버리는 것과 대조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다. 

<어둠속의 대화>는 특별한 사물들 대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사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어둠이라는 장치를 추가한 것뿐이지만 이를 통해 일반인들은 자신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결코 감각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장애인’임을 느낀다. 일반인들이 평소에 향유하는 공간은 대부분 완전한 공간이지만 <어둠속의 대화>처럼 시각적으로 불완전한 공간은 이들에게 ‘장애’라는 불편한 경험을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시각이라는 감각은 편리하다. 하지만 그 편리함에 취해 시각에 대부분을 의존하다보면 불완전한 공간속에서 ‘장애인’으로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둠속의 대화>는 ‘감각의 편식’에 대해 조용한 경고를 던지지만 그와 동시에 四感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색다른 기쁨을 주며 밝은 어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기간:~12월 30일
△장소: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 2층
△입장료: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