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현 교수 (학부대학장, 철학)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전환시대의 공부길은 더 가파르고 험하다. 전환 이전의 지식도 갖추어야 하고 전환 이후의 지식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행하는 오늘의 시대를 문명사적 전환기라 하면 과연 과장일까.

정보사회의 도래는 말할 것도 없이 전자공학기술의 발달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그 “디지털 혁명”은 공학이나 기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의 전 영역에 확산되어, 개인적인 삶이 되었든 공동체적인 삶이 되었든 인간의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우선 인간의 사유능력을 강화시키는 ‘정보기술’과 인간의 감각능력을 확장시켜주는 ‘통신기술’을 하나의 기술로 융합시켜 놓고 있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 우리는 이미 ‘컴퓨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감각자료와 사유내용이 기계적 작용 속에서 서로 호환되는 가운데, 우리는 복잡하고 정치한 사유의 과정을 생략한 채 그 결과를 감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정보가 2진법적 계산을 통해 신속 정확하게 해체 복원된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대신 동영상을 시청하며 감동받으면 그만이게 된 현상이 여기서 유래한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경험 속에서 거리(distance)를 소멸시킨다. 자연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넘어설 수 없었던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게 한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마저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어제가 오늘 다시 재현될 수 있으니 어제가 과거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의 순차성도 모호해진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라는 냉혹한 물리적 사태는 더 이상 없다. 사이버 공간을 토대로 구성된 가상현실에서 우리는 자연적 제약을 뛰어넘는 세계를 살게 된다.
공간적 배타성과 시간적 순차성을 무력화시키는 가상현실이 우리의 일상에 광범하게 자리잡게 되면서 우리의 욕구충족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부분적으로 순차적으로 밖에는 욕구를 충족시킬 길이 없던 근대 과학의 시대에는 욕구충족을 위한 도구나 기술의 활용도 시공적 제약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공적 제약이 현격히 줄어든 오늘날의 정보사회에서는 욕구충족의 방식이 총체적 동시적인 것으로 바뀐다.

욕구가 바뀌니 이에 따라 기술도 바뀐다. 기슬간의 융복합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IT, BT, NT등의 과학기술들이 하나로 융합됨은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바다. 기술의 융복합은 산업의 융복합도 불러 온다. 그리고 산업의 융복합은 교육에서도 융복합을 요구한다.

이제 우리 대학인은 연구도 교육도 한 전공분야만 깊이 파서는 안 된다. 그런 분야가 하나나 둘 있어야겠지만, 이제 그것만으로 모자란다.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과 이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하나의 전공은 깊게 알되 나머지 전공들도 두루두루 잘 알아야 된다. 개인기가 탁월한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의 전환시대에 우리의 공부길은 이렇게 더 심하게 가파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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