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있어 음악은 그의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상징이자 특별한 의미가 됩니다. 특히 그가 비틀즈의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비틀즈의 'Norwegian Wood'라는 허니 버터를 녹여 막 구워낸 식빵 같은 소설 「상실의 시대(원제:Norwegian Wood)」를 보셨다면 더 말 할 것도 없을 것 같네요.

1965년 존 레논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본 'Norwegian Wood'의 창작 배경에 관해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가 혼외정사로 만남을 가졌던 한 여인과의 꿈같은 사랑을 모티브로 했다는 의견이 가장 우세합니다. 80년대 존 레논이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 있고요. 소설 안에서는 주인공 와타나베의 그녀 나오코가 좋아하는 곡으로 나오는 노래입니다. “이 곡을 들으면 난 가끔 무척 슬퍼질 때가 있어요.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감정에 휩싸여요”라고 'Norwegian Wood' 기타 연주에 대한 감상을 나오코가 말하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실제로 이 곡의 가사는 “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내게 한 때 여자가 있었어. 아니, 그 여자에게 내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라는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가사 속의 남자는-존 레논 이라고 할 수 있는-좋아하는 여자와 단 둘이 밤을 보낼 기회를 갖게 됩니다. 와인을 마시며 여자 옆으로 다가갈 기회를 기다리죠. "It`s time for bed"라며 여자 역시 남자에게 마음을 허락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날이 밝아서 눈을 뜬 남자의 곁에는 흐트러진 이불 뿐. "And when I awoke, I was alone, this bird had flown(잠에서 깼을 때 나 혼자 남았더라고. 새가 날아가 듯 훌쩍 날아가 버린 거야)"이라며 남자는 열렬한 사랑 뒤에 혼자 남겨진 상실감을 한숨처럼 토해냅니다. 와타나베 역시 옛 애인의 죽음으로 극심한 상실감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택한 나오코로 인해 지독한 상실감에 젖었겠죠. 존 레논의 혼외정사와 스무 살 와타나베의 순수한 사랑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연애의 상황이나 사랑에 빠진 사람의 성격과 무관하게 마지막에 남겨진 한 쪽이 느끼게 될 상실감이란 다 같은 것이 아닐까요. 더욱이 남자이기 때문에 그 쓸쓸함을 안으로 감춰야만 했을 존 레논과 와타나베의 겹쳐지는 모습에 남자의 계절이라는 가을의 찬 바람이 더 차게 느껴지는 9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