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가 유시

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수 만 가지 살색 피부결 위로 바늘을 드는 디자이너, 문신가. 일본의 전통 문신가문 ‘시류패밀리’에 입문해 비엔나, 프랑스 등 국제 타투 컨벤션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국내 최고의 문신가 유시를 만나 예술과 문화로서의 문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승영 기자(이하:김)  아직까지도 대중들은 ‘문신’이라고 하면 조폭을 먼저 떠올린다. 한국 문신 문화의 시작을 조폭 문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문신가 유시(이하:유)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에도 야쿠자들의 상징으로 문신이 자리매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문신을 그저 조폭 문화의 하나라고 규정짓기보다 ‘자아가 굉장히 강한 사람들의 표현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옳다. 또 그런 사람들이 문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대중들이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하는 ‘유행’의 개념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김: 왜 문신은 ‘유행’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인가
유:
문신은 헤나와 다르다. 한 번 몸에 새기면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다(레이저로 지우거나 기존 그림 위에 다른 그림으로 문신을 할 순 있지만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단순한 몸 그림의 개념이 아니라 자아의 표현인 것이다.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의 문신을 금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신을 한 후에 “친구들이 이상하대요”, “부모님이 지우라고 하셔서……”와 같은 이유로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땐 ‘문신 도대체 왜 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김:일본이나 서양과 구별되는 한국만의 문신 문화가 있는지
 유:
우리나라는 아직 문신 문화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랄까. 문화 자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힘든지라 일본의 문신 문화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나름대로 대중화는 되고 있지만 음성화된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겪게 되는 정체 현상도 한 몫 하고 있고.

 김:그렇다면 외국의 문신 문화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유:
일본의 경우에는 문신을 장려하는 분위기까진 아니더라도 문신 관련 전문 잡지도 간행되며 사회적으로 문신을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인정해 굳이 억압하지 않는다. 국가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문신가들도 아티스트로서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더 열정적으로 공부한다. 그 밖의 나라들의 경우, 의사가 문신가와 연계하여 정식으로 소독 교육을 해주고 국제적인 타투 컨벤션에도 의사들이 꼭 참가하여 응급 상황에 대비한다.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다.

 김:문신을 음성화된 문화로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유:
문신은 분명히 다수의 문화는 아니다. 문제는 자기 개성의 표현이 아주 강한 이 소수의 문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문신의 비위생적인 부분에 가장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음성화되면 될수록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어차피 불법화하고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철저한 소독이나 위생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는,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들로 대중들의 감성을 양성화하는 것이 피켓 들고 운동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유시만의 문신 스타일이 있다면
유:
내 문신의 포인트는 박력이다. 박력이라고 해서 무조건 크고 우락부락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힘없고 맥아리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 꽃 하나라도 세심하고 완벽하게 짜여진 디자인일 때 굉장한 박력이 생길 수 있다.

김: 구체적으로, 당신의 문신 디자인에서 주로 테마가 되는 소재가 있는지 궁금하다
유:
 특정한 하나의 소재를 고집하기 보다는 문신할 사람의 이미지나 성격, 기호에 따라 디자인을 결정한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자신의 몸에 새기길 원하는 디자인을 가장 고려한다. 문신은 자아의 표현이기 때문에 자기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김: 예술 디자인으로서의 문신에 대해 말하자면
유:
 헤어스타일이나 패션과 같은 자기 표현과는 다른 게 문신이다. 싫증나서 시시때때로 바꿀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자기만의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거리에서 나와 똑같은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만 봐도 기분이 나쁜데 하물며 문신은 어떻겠는가. 열에 아홉이 그냥 예쁘다는 이유로 나비 문신을 하고 있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나방 문신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죽는 그 순간까지 자기를 떠나지 않는다는 그런 영원함이 다른 예술들과 다른 문신만의 에술성인 것 같다.

김: 문신에 관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유:
 “단순히 멋있어서, 어떤 연예인이 하고 나와서”라는 이유로 문신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문신을 한 내가 쉰 살이 되었을 때의 모습도 생각하면서 정말 후회하지 않을 확신이 섰을 때 행동에 옮겨도 늦지 않다. 또 자기만의 특별한 디자인을 생각하고 그것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 갈 것.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문신은 더 깊은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