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Starry Starry Nignt’로 시작되는 올드 팝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맛있는 냄새가 피어나는 부엌 너머, 엄마의 콧노래로 들어봤음직한 이 노래.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으로도 손꼽히는 돈 맥클레인의 ‘빈센트’입니다.

절제된 감정의 잔잔한 기타 선율과 나지막한 음성으로 70년대 미국 포크 팝 시대를 풍미했던 맥클레인은 10대 때부터 아마추어 연주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60년대 까지 무명가수로 쌀쌀맞은 뉴욕 도시의 까페 등지를 떠돌아다니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갔다고 하네요. 20년 가까이 음악만을 사랑하며 살았지만 세상은 그의 음악을 들어주지 않았던 거죠. 예술가에게 있어 자신의 예술이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 보다 더 큰 고통이 있을까요. 그렇게 고독했던 음악가 맥클레인을 위로해 주었던 한 사람이 바로 19C 네덜란드 출신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37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고흐는 수많은 작품으로 예술성과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화가 중 한 사람이죠. 하지만 시대를 앞선 그만의 대담한 붓 터치와 강렬한 색채 사용은 당시 예술계는 고사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3,000억 원을 호가한 고흐의 작품이 그 시절에는 단 돈 몇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만 봐도 짐작이 되시죠?

<별이 빛나는 밤에>는 그런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맥클레인을 세상에 알린 노래 ‘빈센트’의 주제가 되는 그림이기도 하고요. 이 그림은 고흐가 죽기 불과 13개월 전 선천적으로 쇠약하고 우울했던 그의 성격이 극에 달했던 때 정신병원에서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는 죽기 전 몇 개월 동안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그 때마다 남동생 테오에게 “너만큼은 나의 그림을 알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아주 많이 그리고 자주 썼다고 합니다.

“당신이 뭘 말하려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지요. 어떻게 들을지도 몰랐지요. 하지만 아마도 지금은 귀를 기울일 거에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두 예술가의 가슴 먹먹하도록 슬픈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입니다. 100여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였기에 공유할 수 있었던 고독감이 맥클레인의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그 순간, 고흐 역시 생전에 가졌던 세상에 대한 미움과 예술가로서의 아쉬움을 다 털어버린 건 아니었을까요. 예술이 아름다운 것은 그만큼 고독했던 예술가들의 광기가 어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는 아주 애틋하고도 아름다운 두 예술가의 만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