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난 후 만물에게 불어오는 한 줄기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은 전통적인 우리 민족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한다. 그 뿐인가. 공룡 모양으로 송편을 만들던 개구쟁이 꼬마들의 장난,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를 던져가며 식사를 기다리던 모습 등의 추억들도 아련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살가운 추석 풍경은 현대화의 바람 속에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이렇게 자칫 척박해 질 수 있는 가을 한 가운데, 종로 3가에 위치한 ‘떡 부엌살림 박물관’은 아름다운 우리 전통의 모습을 관객들로 하여금 회상하게 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비록 전시물들이 국보급 문화재는 아니지만 곳곳에 묻어있는 과거의 흔적들이 전시물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 1층에서는 우리의 전통 부엌을 접할 수 있다. 비록 현대 부엌의 딱 떨어지는 세련됨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투박한 모습 곳곳에 묻어나는 오래된 흔적은 그 시간만큼이나 은은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바로 눈에 띄는 무쇠주전자의 지저분한 녹도 오래된 흔적의 상실감 보다는 가족들에게 따뜻함과 온정을 전하기 위해 주전자를 잡았던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게 한다. 흰 사기에 수북하게 밥을 담아주던 모정도 곳곳에 벗겨진 칠 자국을 통해 순백자보다 더 하얗게 빛난다. 짧은 시간에 사라진 우리 전통 일상의 포근한 숨결들이 전시되어 있는 물품들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2층에 올라가면 관람객들은 떡이 만들어낸 알록달록함의 향연으로 빠져든다. 화려한 삼원색의 시각적인 즐거움이 선사하는 혼인 인절미나 각종 꽃을 찹쌀반죽에 띄운 화전은 어떤 인공의 색도 섞이지 않은 자연 본연의 고풍스러움을 그려내고 있다. 그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어렵던 시절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게 한 개떡은 소박한 행복을 대변함으로서 6∼70년대 배고픈 시절을 거친 그 세대로 하여금 ‘아! 그땐 그랬지’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떡 부엌살림 박물관’에서 관객들은 퍼즐을 끼워 넣듯 추억의 조각을 하나씩 맞춰 나간다. 완성된 퍼즐을 감상하는 순간 우리 가슴 한 켠에 아름답게 새겨지는 전통문화의 매력. 그 어떤 걸작의 화려함 보다 우리의 감정을 아리게 하는 것은 그 속에 소박한 행복이라는 정서가 녹아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간:상시 전시
△장소:종로 3가 떡 부엌살림 박물관
△입장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