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수강변경 기간이 되면 한바탕 태풍이 쓸고 간 것 같이 혼란스럽다. 학생이나 학교나 매학기 겪는 일이라 당연히 여긴다. 그러나 곰곰이 짚어 봐야하는 대목이 있다.  학생들은 학점을 따기 쉬운 교양 과목이나, 취업에 유리한 수업만을 골라 듣는다.  학점을 잘 주고 과제물이 적어 부담 없는 과목으로 쏠린다. 취업과 고시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더욱 편중이 심하다. 취업과 관련된 과목은 전공학생조차 수강신청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울 정도로 학생들이 몰리는 반면 비인기 전공과목인 기초, 교양, 심화 과목은 수강인원 부족으로 폐강이 잇따르고 있다.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학생들도 갖가지 묘안을 창출하고 있다. 쉽고, 인기과목만 골라 수강신청하고, 나아가 강의를 교환하거나 심지어 게시판에서 거래를 한다고한다. 이에 따른 대학 본부와 교수들은 특정 과목 편중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대학』은 학문을 연마하고 진리를 탐구 하는 곳이다. 유교에서는  교육의 목적을 삼강령(三綱領: 明明德, 新民, 止於至善)에 두고 있는데, 한마디로 수기치인(修己治人)으로 자기 자신의 도덕적 수양을 쌓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진리, 즉 덕(德)과 선(善)을 추구하는 경쟁력 있는 시민이 되기보다는, 편하고 쉽게 해결하는 꼼수의 방법을 익히는 문화를 체험하는 곳으로 전락해서는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경쟁력 있고, 덕과 교양을 갖추는 곳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 성균인 모두는 대학의 이상을 실현하고 문화실천을 몸소 체득하여 진정한 대학인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유감스럽게도 학교 밖 현실은 다르다. 오늘날 대학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올리는 산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심지어 대학은 소비자인 학생의 기호에 맞는 과목과 취업과 실용성이 강하면 소비자 우선원칙에 따라 강의를 늘린다. 나아가 소비자의 요구에 이끌려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향이다. 이것이 바람직한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과목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오늘날 대학생들의 수준이 20~30년전의 학생들보다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가? 대학생들의 학력수준 저하와 지식습득의 편중 현상이 오늘의 대학 자화상이다. 교육담당자는 수익자원칙에 따라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선도하는 강의과목의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 강의 수준이나 교육 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거쳐 학생들의 학문 편식과 안이한 현상을 규제해야 한다. 아울러 기초학문, 교양, 심화 강의 교수들도 디지털 세대의 관심을 유발하는 교수법을 개발하는 등 멀티미디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 학교 당국은 기초학문 보호와 순수학문 교육 강화 및 새로운 강좌 등에 관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상대적으로 힘든 고난이도의 강의나 기초 실험이나, 심화 강의 같은 경우는  수강학생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우수프로그램(honor program)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면 학생의 수요와 대학교육의 목적을 실현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