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선영 기자 (sun3771@skku.edu)

이번 취재는 기자에게 설레는 여행이었다. 상상력 아카데미가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던 것이다. 왜 제부도 입구로 가는 버스를 타고 왕복 6시간을 가야하는 이 여행이, 그것도 기사 마감을 하루 앞두고 산더미만큼의 할 일을 남긴 기자에게 설렘의 감정을 준 것일까.

기자는 그것을 학술부 기자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라 결론지었다. 부서의 특성 상 학술부 기사의 주된 취재방법은 중도에서 관련 서적을 빌려보고 교수님께 자문을 구하거나 신문사 컴퓨터 앞에 앉아 각종 논문들을 찾아 읽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밖에서 이뤄지는 취재라고 해봤자 서울 부근 학술대회가 전부일 때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취재하는 것 보단 앉아서 책을 파고드는 취재가 더 편한 성격이지만, 하루쯤은 부산이고 강원도고 취재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는 다른 기자들이 부러울 때가 있는 법이었다.

결국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찾아간 곳은 경기도 화성. 연필로 그려진 복잡한 약도를 찾아 꼬불꼬불 논밭을 지나 도착한 곳은 아카데미가 열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예쁜 한옥집이었다. 그곳에서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은 도란도란 한옥 방에 둘러앉아 강연을 듣고 함께 웃고, 만화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 학술대회 같은 딱딱한 형식의 아카데미일 것이라는 내 예상을 너무나도 빗나간 모습이었다.

그곳에 참가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골똘히 연구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너무나 편안한 모습으로 함께 대화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상상력이 앞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정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들의 논의는 뭔가 새로웠고, 분명 21C를 앞서나가고 있었으며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다른 세계에 있는 듯 한 한옥집을 뒤로한 채 되돌아본 이번 취재는 여러모로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