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혜인 편집장 (kirufif@skku.edu)

대학생이 된 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대체 취업 준비는 하고 있는거냐. 등록금이 얼마인지는 아느냐”라는 등의 말이었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캠퍼스에서 가장 많이 본 플랜카드도 등록금 인상을 규탄한다는 내용과 취업 모집 광고였다. 그에 덧붙여 늘 마음 한 구석에 돌덩이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취업만큼이나 ‘대출받은 등록금 언제 다 값지’라는 걱정이다. 정말 ‘소 팔아서 대학 보낸다’라는 말은 옛말중의 옛말이 돼 버린 지 오래다. 2006년 기준 한우 암소의 시세가 4백70만원 가까이 한다고 하니 사실 소 한 마리 팔아서는 1년 등록금은커녕 한 학기 등록금도 버겁게 채우는 시대가 바로 요즘이다. 이제 등록금 때문에 힘들다는 말은 식상할 정도로 귀 따갑게 들리는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취업과 등록금 말고도 또 생길 모양이다. 어쩌면 이미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마음의 짐일지 모르는, 바로 생활비다. 지방에서 올라와 하숙이나 자취를 하고 있는 학우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한 달 방값과 생활비는 대학생이 부담하기에는 만만찮은 금액이다. 자취를 하자니 기본 몇백만원은 되는 보증금이 부담되고, 요즘은 하숙도 한 달에 30만원대의 방을 찾기가 힘들다. 더욱이 우리 학교 명륜 학우들은 기숙사가 없어 비용 부담에 방을 찾아다니는 수고까지 고스란히 떠맡아야 한다. 그러나 기숙사가 있는 타대의 대학생들도 점점 내몰리고 있는 듯하다. 최근 대학가에 민간자본으로 건설되는 기숙사가 늘어나면서 기숙사비 또한 대폭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투자로 지어지는 서울 소재의 한 대학에 신축되는 기숙사의 경우 6개월 동안 2인실에 살 경우 식대까지 2백20만 원 가량을 내야한다는 기사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 정도면 학교와 좀 더 가깝다는 이점 외에는 기숙사가 일반 자취나 하숙보다 하등 나을 이유가 없다.

물론 민간자본 등에 의지하지 않고 대학의 재정 내에서 자체적으로 기숙사를 지으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민간자본에 의한 기숙사 건설에서는 대학이 자본을 투자한 측에 사용료 명목으로 투자비를 반환해야 해서 실질 사용자인 학생들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대학이 모든 것을 부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학과 대학교육을 사회 공공 기반으로 본다면 기숙사도 단순히 대학생들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그것에 귀속시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숙사라는 공간을 단순히 대학이나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 또한 분명 옳지 못하다. 민자유치를 통한 기숙사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조처가 선행됐어야 하는데 그 부담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지워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자과캠에 건설중인 기숙사 또한 민자유치로 이뤄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학생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건설되는 만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또한 먼저 정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