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시대, 행복의 부재를 논하다
풍요의 시대, 행복의 부재를 논하다
  • 박경흠 기자
  • 승인 2007.09.19 00:00
  • 호수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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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역설』, 그레그 이스터브룩

우리들은 역사상 어떤 왕보다 더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과거 프랑스 왕이 마셨던 포도주보다 훨씬 품질이 뛰어난 종류의 포도주를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게 된 것부터 시작해 진시황도 누리지 못한 수명 연장의 꿈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점점 현실화돼 가고 있다.

비록 많은 지식인들이 불안정한 사회와 환경 등으로 인해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를 제시해도 저자는 객관적 통계 자료들을 제시하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의식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극빈층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으며 범죄율은 서구 사회를 기준으로 한 해 50% 이상씩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의 군사비가 9.11테러가 발생한 미국에서조차 줄어든 현상 역시 이 같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저자가 인용한 저명한 사회학자 데이비드 위트먼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평가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1950년대 이후 전혀 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우울증 환자는 50년 전보다 10배나 더 많아졌다. 저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진보의 역설’이라고 정의하며 현대인이 행복해하지 않는 이유를 4가지로 분석한다.

첫 번째 이유는 ‘선택불안’이다. 이는 선택해야 할 사항이 지나치게 많은 현재 상황을 갇힌 듯이 느껴 선택 자체가 고통이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두 번째는 자신이 가난하다는 논리를 믿음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대인의 ‘풍요 부정’ 경향이다. 세 번째는 이와 반대의 심리적 상황에서 출발한다.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인해 현재의 풍요를 마음껏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붕괴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많은 것을 손에 넣었기에 앞으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 지 기대하기 힘든 ‘충족된 기대의 혁명’ 속에서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의 원인은 진화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불안, 예민성 등의 유전자 특성을 가진 인간만이 주변 위험에 잘 대처하면서 생존해왔기 때문에 그런 특성의 유전자가 인류에게 퍼져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의 역설’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긍정의 심리학’을 제시한다. 용서와 감사를 기본으로 삼는 긍정 심리학은 행복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심리적, 신체적 처방으로써 효과를 지닌다. 저자는 용서와 감사를 잘하는 사람은 스트레스와 우울증 발생율이 낮으며, 사회적 지위 혹은 물질적 재산의 축적 정도가 평균적인 사람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이러한 긍정 심리학을 권유하는 것은 살을 빼라는 충고와 유사하다. 부정 심리로 이르게 하는 초콜릿 바들이 사회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초콜릿 바가 비만을 유발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듯, 부정 심리가 스스로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칠 것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부정 심리의 유혹에 쉽게 빠져버린다. 하지만 살을 빼지 않고서는 건강해질 수 없듯이 긍정의 심리학 없이는 현대인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지난 수백년간 발전한 물질 문명은 인간에게 편안함을 제공했다. 하지만 편안함이 곧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물질문명에 비해 뒤쳐진 정신문명으로 인해 현대인은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신 문명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현대인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저자가 주장한 긍정 심리학을 통해 용서와 감사의 마음을 기르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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