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혜인 편집장 (kirufif@skku.edu)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 중에는 참 많은 ‘숫자’들이 있다. 사람들 또한 그 ‘숫자’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가깝게는 내 미니홈피의 오늘 방문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지난 학기 나의 학과 석차는 어느 정도인지, 혹은 내가 재밌게 본 영화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몇 위인지…. ‘숫자’ 혹은 ‘순위’로 표현되는 것들은 명확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되지만 사람을 그것에 집착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지치게 한다. 2000년대 초반 성행했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그 공정성을 의심하는 거센 비판을 받아 거의 폐지됐지만 최근 들어서 침체된 음반 시장과 가요계를 살릴 대안으로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순위 경쟁이 가요계 불황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렇듯 순위 자체가 경쟁을 동반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 발표된 2007년 중앙일보 대학평가도 순위 자체가 아닌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학평가에서 우리 학교는 종합 순위 6위로 지난 해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종합평가 1위부터 5위까지의 순위에 다소간의 변동이 있었던 것에 비해 한국외대를 제외한 6~10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지난 해와 비슷하다. 이러한 순위 매김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올바른 잣대가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많지만 어쨌든 숫자로 표현된 것들에는 눈이 갈 수 밖에 없나보다. 때문에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발표될 때마다 사람들의 입에 쉴 새 없이 오르곤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순위가 ‘평가’의 절대지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학문을 연구하고 배우는 공간인 대학을 한 언론사가 분류한 지표들에 따라 순위 매김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조금은 우습다. SCI 논문 등재 수나 재단전입금 순위 등 기초적 수치에 의한 순위는 기본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순위들은 이를 초월한 수준이다. 영어 강의나 외국인 학생 수 등 단순 수치를 근거로 한 국제화 순위만 봐도 상당부분 비약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 대학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중앙일보는 대학평가가 대학들 간의 건강한 경쟁 동기를 이끌어내고 수험생과 학부모, 기업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달27일자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관련 기사 제목은 ‘서울대 2위서 3위로 떨어져’였다. 이 대학평가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컷이다. 또한 제대로 된 평가라면 실제 대학의 내재적인 요소들이 반영돼야 함에도 대학평가에서 말하는 대학 내부 평가요소들은 사실상 내재적인 것들이라 하기엔 가시적 성과 위주로만 구성돼 있다. 전문적인 평가 지표들은 전문가가 아닌 수요자들이 이러쿵저러쿵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대학평가가 대학 내외부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다면 그 지표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게 된다. 평가에 대해 신뢰할 만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그 숫자들에 일희일비하는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