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교수 (철학과)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번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피랍사태는 선교에 대해 많은 논의와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다. 피랍사태가 해결된 후, 기독교계 원로와 중진 지도자들은 이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샘물교회와 한민족 복지재단, 선교단체 인터콥 측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들의 사과 중에는 “한국 교회가 성장과 부흥 위주로 치달으며, 무의식중에 우월적 자세를 취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취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깊이 뉘우쳐 회개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렇지만 이번 선교단을 준비한 샘물교회 박 목사는 미국 ‘기독교 투데이’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슬람 국가에 더 많은 선교사를 보내고 싶다고 하여 논란을 다시 재연시켰다.

모든 종교가 고민하고 있는 선교와 관련하여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을 개종시키고자 원하는가? 둘째, 그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다른 사람을 개종시킬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우리는 아마도 다른 사람의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영혼을 구제함으로써 자신도 구원을 받으려고 한다는 이기적인 욕망은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이미 어떤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영혼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에 의해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구원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식의 구원이 불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을 개종시키려면 보다 공격적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선교는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형태를 띠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 번째 질문에 대답해야한다. 우리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 광신주의자는 그렇다고 주장한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다른 사람을 개종시켜야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광신주의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교설을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으로 믿고, 그것을 실천하고자한다. 그는 다른 교설을 일체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2분법적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면서, 자신이 믿는 교설만이 선이며 이 이외의 다른 모든 교설은 악이라고 본다.

광신주의는 비판적 태도와 양립하기 어렵다. 만약 광신주의자가 개종시키려고 하는 사람이 똑같이 오히려 이쪽을 개종시키려고 한다면, 즉 광신주의자와 광신주의자가 맞부딛힌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끝내는 종교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상 많은 전쟁들이 여러 신들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무수한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다.

우리는 먼저 그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다른 사람을 개종시킬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해야한다. 설사 그것이 아무리 이타적인 선의에서 연유했다고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신주의자는 남을 구원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의 영혼을 구제하겠다는 열망에 불타 선교에 올인하려는 이슬람 광신주의자에게 마하트마 간디가 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꽃이 향기로우면, 나비는 저절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파하라’는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사상과 지식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오늘날에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복음을 듣기를 갈망하는 자가 있다면 누구에게든지 전하라. 그렇지만 너의 삶부터 먼저 향기롭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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